외국희곡

앤 휠러 '방목된 닭들'

clint 2026. 7. 20. 20:24

 

 

삼중고의 폭염이 시작되기 직전, 늦은 봄의 어느 맑은 아침. 
라스베이거스의 한 허름한 버스 정류장 금속 벤치 앞. 타지에서 온 노동자 스타일의 
남성 로버트가 가방을 매고 정류장 주변을 한가롭게 살피고 있다. 이때 커다란 
후드 재킷을 깊게 눌러써 얼굴을 가린 여성 셀레리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라스베이거스 
골목 생리에 바삭한 소매치기이자 사기꾼이다. 그녀는 첫눈에 로버트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쉬운 뜨내기'임을 알아채고, 버스를 기다리는 척 의도적으로 그말을 건넨다.
셀레리나는 능숙한 말솜씨로 대화를 주도한다. 자신이 처한 불행한 상황을 지어내거나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이면에 대해 떠들며 그의 동정심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로버트는 
초반에 다소 서투르고 순진한 모습을 보인다. 셀레리나는 그가 가진 돈이나 물건을 
빼앗기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며 덫을 놓는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유머와 팽팽한 심리적 긴장감이 흐른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상황은 셀레리나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수룩해 보였던 남자에게서 무언가 이상하고 기류가 감지된다. 
단순히 "사기를 치려는 자"와 "당하는 자"의 구도였던 관계는, 두 사람이 각자 살아온 
거친 인생의 배경과 방어기제를 드러내면서 역전되기 시작한다. 셀레리나가 세운 범죄적 
계산과 로버트가 숨기고 있던 본성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단순한 말싸움과 심리전을 넘어, 

극은 점차 어둡고 폭력적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극의 제목인 '방목된 닭들'처럼, 울타리 
없는 세상에 자유롭게 풀어져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약육강식의 황량한 현실 속에 갇혀 
서로를 물어뜯는 인간 군상의 씁쓸하고도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막이 내린다.

 

 

 

 

앤 휠러(Ann Wuehler)의 <방목된 닭들>은 라스베이거스의 황량한 버스 정류장을 
배경으로 남여 2명의 낯선 인물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단막극이다.
작가 특유의 거칠고 독특한 유머감각과 심리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화려한 카지노 불빛 뒤에 숨겨진 라스베이거스의 어둡고 쓸쓸한 현실을 반영하며, 
한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두 인물의 심리전과 파격을 담고 있다.
대화 속에 숨겨진 유머와 함께, 관객에게 묘한 불편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 겸 심리 드라마의 성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