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랑이 운영하는 하숙집은 파산 직전에 몰려 먹을 것조차 부족하다.
세 딸들은 아버지가 무능하여 가정을 망쳤다고 비난한다.
사실 뒤랑은 과거 아내의 낭비벽과 잘못된 투자 때문에 전 재산을 잃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의리와 딸들에게 어머니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모든 비난을 혼자 감내해 왔다. 뒤랑은 딸들에게 마지막 음식을 챙겨주고
하숙집 밖으로 내보낸다. 그 후 자신의 앞으로 든 생명 보험금을 딸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하숙집에 불을 지르고 그 안에서 독약을 마셔 자살을 감행한다.
뒤랑은 불길 속에서 숨을 거두며, 죽음으로서만 가족을 가난에서 구원할 수 있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한다.

스웨덴의 거장 오거스트 스트린베리(August Strindberg)가 집필한 <죽음과 맞서다>
(Facing Death)는 경제적 파산과 가족의 갈등 속에서 세 딸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한 아버지를 그린 비극적인 작품이다. 자연주의와 표현주의 경향을 동시에 띤
이 작품은 가난의 참혹함과 숭고한 희생, 인간 소외를 냉혹하게 다룬다.

작품은 가족에게 온갖 모욕을 받으면서도 끝내 자신을 불태워 딸들을 살리려는 뒤랑의
숭고하면서도 파멸적인 희생을 조명한다. 뒤랑은 세상과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그의 선택이 인간의 무력함과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는 실존주의적 투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물질적 결핍이 인간의 성격과 가족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돈이 없으면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유지하기 힘든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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