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설유진 재창작 '홍평국전'

clint 2025. 5. 17. 11:39

 

 

어느 날, 선녀가 하늘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데,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부리고 약한자들은 서로 싸워 강한 자가 되려하니, 
세상이 무척 슬픈지라. 세상의 슬픔이 어찌하면 잠잠할꼬... 하여 
자세히 또 들여다보니. 한 여인의 마음에 슬픔이 있는데, 
그 여인의 마음에 세상을 구할 영웅을 원하거늘....
그리하여 양부인에 점지하여 태어난 여자아이가 홍계월이다.
5살 때 민란으로 부모를 잃고 버려진 홍계월은 스스로 평안할 평(平)자와 
나라 국(國)자를 조합하여, 홍평국이란 남성으로서 살아갈 것을 ‘선택’한다. 
그 후 비범한 능력으로 격난에 빠진 나라를 수차례 구해내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잃었던 부모를 상봉하며 천자로부터 인정받아 
높은 관직을 하사받는다. 

 



「홍계월전」은 조선 후기의 고전소설로서,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홍계월의 일대기를 묘사한 작품이다.「홍계월전」은 다양한 이본(異本)이 있는데, 그만큼 결말 또한 다양하다. 
흔치 않은 여성영웅 소설인 ‘홍계월전’을 2019년 설유진이 극본화하여 낭독극으로 관객을 만나고 2021 ‘홍평국전’으로 타이틀을 변경하여 공연하면서 관객과 평단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2021년 월간 한국연극에서 ‘공연 베스트7’에 선정되었으며, 홍평국을 연기한 황순미 배우는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2022년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여자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2024년 ‘홍평국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야외 공간으로 장소를 바꿔 새로운 시도로 이 시대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공연했다.

 



홍평국은 ‘계월’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보다 ‘대원수’라는 사회적 정체성과 더 밀접하게 연관된 인물이다. 모든 남성을 월등히 뛰어넘는 전력과 전술은 홍평국을 남성 사회 속 수직적 신분 관계에서 극 상층에 자리 잡게끔 한다. 홍평국이 신체적으로 여성임이 드러난 이후에도 홍평국의 신분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오롯이 홍계월/홍평국/홍원수로 남고자 했던 홍평국에게 아내로서의 역할이 강요됨으로써, 홍평국은 자신이 부리던 대상을 남편으로 섬겨야 하는, 사회에서의 신분 관계가 가정에서 전복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홍평국은 자신이 구축해온 사회적 정체성에 대해 번민하게 된다. 관객은 홍평국의 번민을 통해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되는데,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가 개인의, 특히 여성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게 된다. 또, 사회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중심적으로 구축된 사회 질서 속에서 남성에게 인정받는 과정이 필수로 요구되며, 성공적인 영입을 위해서 여성은 남성성을 보유해야 함을 발견하게 된다.

 



작, 연출의 말- 설유진 
"<홍평국전>은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고전이자 여성영웅소설로 분류되는 <홍계월전>을 제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것인데요. '찬란한 느와르' 라는 홍보문구가 무척 잘 어울리는 호방하고 기세등등한 작품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웅은 강한 사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가진 힘이 강하든 약하든 항상 ‘어디선가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고민을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공연은 그러한 고민을 하는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능력이 특출 나거나 주어진 자리가 높은 사람이 영웅이 되는 시대보다 희망적인 세상을 꿈꿉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락 '동리자전'  (2) 2025.05.18
카릴 처칠, '넘버'  (2) 2025.05.18
이예찬 '기수汽水'  (1) 2025.05.17
뮤지컬 '난설(蘭雪)'  (2) 2025.05.16
김상수 '화사첩'  (1)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