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10년, 인정전 도성 내에 흉서를 붙여 백성들을 선동하고
역도들의 무리와 역모를 도모하였다는 죄로 끌려온 허균이 추국을 받는다.
모진 고문에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허균.
오히려 자신을 모함한 우리를 향해 역적이라 꾸짖는다.
그러나, 함께 끌려온 이들이 고문 끝에 거짓말을 자복하고
허균은 그들의 우두머리로 지목한다.
처형이 있기 전날 밤, 고문으로 정신이 흐릿해진 허균에게
누이 허초희와 자신에게 시를 가르쳐준 스승 이달이 찾아온다.
허균은 이달을 보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오래전 그들이 떠난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이달은 세 사람이 함께했던 밤과 이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시인 허초희를 떠올리는데....
"난 모두가 있어 좋았다. 그 사람과 너, 그리고 나, 서로가 있어
날 버린 이 세상을 버틸 수 있었다."
자신의 모든 숨을 시로 쓴 여인 허초희.
그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과 아우 허균.
세상의 밤을 먹으로 갈아 그들이 그린 세상과 시.
눈처럼 흩어져 비로소 이 세상에 닿은 세 사람의 이야기, 난설 蘭雪이다.
허초희의 시(詩)가 이 세상에 남게 된 까닭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본을 집필한 옥경선 작가. 국적인 느낌을 드러낸 피아노 선율과 거문고의 아름다운 소리를 더한 다미로 작곡가. 다양한 작품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작품을 더 빛내주는 이기쁨 연출가 초연부터 같이 협력하였고 2024년 공연도 같이 함.
조선시대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이 스스로 ‘난설헌(蘭雪軒)’이라는 호를 짓고, 당시 명나라와 일본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던 천재시인 ‘허난설헌’의 시를 활용하여 소재, 음악, 의상과 무대 등 한국적인 색채로 가득채운 창작뮤지컬이다.
초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으로 보듬는 스승 ‘이달‘은 서얼로 세상의 벽에 가로막혀 술과 풍류를 사랑하는 한량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서 자신을 제자로 삼아달아는 허초희에게 시를 알려준다. 그리고 동생 허균은 누님의 재능을 알고 또한 시의 깊이를 이해하면서도 마음과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누이를 막으려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허난설헌, 이달, 허균)의 실제 이야기
허난설헌
허난설헌은 16세기 후반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이름은 초희, 자는 경번, 호는 난설헌이다. 조선의 여인이 이름과 자, 호가 모두 전해지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무엇보다도 양반가의 여성이 시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은 조선시대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삼당시인 중 한 사람이자 오빠 허봉의 친구인 이달 에게 시를 직접 배울 만큼 난설헌의 집안이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자유로웠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난설헌의 집안은 유명한 학자와 문장가를 배출한 명문가로 사람들은 아버지 허엽과 그의 자녀들을 아울러 허씨 5문장이라 불렀다. 그녀 역시 8세에 산문시인 <광한백옥루상량문>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후 <난설헌집>이 간행되고 중국과 일본까지 널리 관심을 끌었다. 허난설헌의 시는 재능을 펼치지 못한 억압된 삶과 '선계'와 같은 상상의 세계를 통해 자유를 말하였으며, 당대 여성의 억압된 삶과 혼란스러웠던 정치를 비판하였다.
15세에 김성립과 혼인한 뒤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집식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였고 돌림병으로 두 자녀를 잃었다. 거기에 난설헌이 가장 의지한 오빠 허봉이 객사하는 등 악재가 계속해서 겹쳤다. 죽기 전 자신의 글을 모두 불태워 달라고 유언하여 모두 소각되었으나 허균이 친정에 흩어져 있던 시와 자신이 외우고 있는 시를 모아 1509년 문집을 편찬하였다. 대표작으로는 <규원가>, <유선사>, <곡자>, <몽유광산>이 있다.
이달
조선중기 시인으로 자는 익지, 호는 손곡, 서담, 동리였으나 원주 손곡에 살았기에 호를 손곡이라 했다. 양반과 고을 기녀 사이의 얼자로 태어나 관직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였으나 다른 서얼들처럼 잡과에 응시하여 기술직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한리학관과 접빈사의 종사관으로 일한 적이 있으나 벼슬을 버리고 떠나 여생을 시인으로 살았다. 그는 특별한 직업 없이 팔도를 돌아다니며 시를 지었다. 이달은 조선 중기 유행에 따라 어렸을 때부터 송시를 배웠으며, 스승 정사룡과 박순에게 당시를 배웠다. 허난설헌의 오빠인 허봉과 친분이 있어 허난설헌과 허균에게 시를 가르쳤다. 허균이 쓴 이달의 전기인 <손곡산인전>에서 "이달의 시는 맑고도 새로웠고, 아담하고도 고왔다."라고 했다.
허균
조선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허엽의 아들이자 허난설헌의 남동생이다. 허씨 5문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생전 문장, 시, 소설 등 문집으로 이름을 떨쳤다. 어려서부터 글을 배우고 쓸 줄 알았으며 학문은 유성룡에게, 시는 이달에게 배웠다. 이달이 죽고 난 후 그를 기려 <손곡 산인전>을 지을 정도로 그의 인생관과 문학관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 허균이 정치적 능력은 뛰어나지 않으나 허구의 일을 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적혀 있을 만큼 그의 글은 당대에 인정받았다. 일정한 시문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사용했으며, <홍길동전>, <한정록>과 같은 사회비판 소설을 쓸 만큼 개혁에 관심이 많 은 사람이었다.
작가인터뷰 - 옥경선
Q 뮤지컬 <난설>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떤 부분 일까요?
- 뮤지컬 <난설>은 시와 지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초희와 균, 이달 서로 닮은 이 세 사람은 지극히 서로를 아낀 지음이지 서로의 숨이고 시 지체였습니다. 비록 허구이지만 무대 위의 세 사람이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바랐습니다.
Q. 작업(혹은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초고 작업을 하러 강릉에 갔던 때 그닐은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은빛 장문이 노을을 누르는 풍경'과 '구슬 문이 바다에 다다른' 거짓말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닐 보았던 풍경을 노랫말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뮤지컬 <난설>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시나요?
- 그저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처럼 어느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처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넘버와 그 이유 를 말씀해주세요
#t. 헌(軒). 허난설헌의 시, 가객사와 죽지사, 유선사가 그려지는 부분인데 초희가 시를 쓰고, 그것을 세 지음이 함께 나누는 장면이라 좋아합니다. 시를 쓰는 순간과 시를 즐기는 순간이 살아있는 한폭의 그림처럼 그려져 좋습니다.
Q. 관객들이 조금 더 집중해서 봤으면 하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소중한 시간을 내주시고 극장에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데, 만약 작가님이 극 중의 허초희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것 같나요?
- 글쎄요.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결국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가장 처음 만난 허난설헌의 시는 무엇이었나요?
-견홍지음이 죽지, 거문고 현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담긴 시입니다. 제목에 '마음 을 풀어낸다'라는 뜻이 있어 그런지 매번 마음에 따라 다른 빛깔의 시가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후반에 다른 색으로 그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곡가께서 아름다운 곡조로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대 위에서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더 해져서 그 곡조가 더 많은 색으로 빛나는 것 같습니다.
Q. 뮤지컬 <난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혹은 가사와 이유 부탁드립니다.
- "난 모두가 있어 좋았다. 또 네가 있어 좋았다. 늘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듣고 싶은 말이기 때문에.
Q 나에게 <난설>이란?
-지음 작품을 하면서 많은 지음을 만났기 때문에
Q. 뮤지컬 <난설>을 한줄로 소개해주세요
- 흩어져 비로소 이 세상에 닿은 무대 위의 시
Q. 뮤지컬 <난설>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우리 삶이 결국엔 모두 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으로, 각지 모두 이름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하나의 의미가 아닐까요? 그 특별한 이름을 마음에 품고 오래도록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다 아무 날, 우리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그 온기를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시를 계속 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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