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용락 '동리자전'

clint 2025. 5. 18. 18:18

 

 

정지읍이라는 마을은 도학과 덕행이 높아 지방 서민들에게는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도학자 북곽 선생과 열녀 표창까지 받았지만

성이 각각 다른 5명의 아들과 함께 사는 청상과부 동리자가 살고 있었다.

산에 살고 있는 대호(大虎)가 부하들을 모아 놓고 저녁 식사거리를

고민하다 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이때 북곽선생은 이웃에 사는 동리자의 집에서 밀회를 하다

동리자의 다섯 아들들에게 들키고 황급히 도망치다 똥구렁에 빠진다.

겨우 기어 나온 북곽선생 앞에 대호 한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자,

머리를 땅에 붙이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빈다.

대호는 그의 위선을 크게 꾸짖고 가버린다.

날이 새고 북곽 선생을 발견한 농부들이 놀라서 연유를 물으니,

그때야 북곽 선생은 범이 가버린 줄을 알고 줄행랑을 친다.     

 

 

 

이 연극은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을 극본화한 작품이다.
서민 의식의 대두로 신분 질서가 문란해 진 조선 후기, 

실학 사상의 선봉에 섰던 연암이 유교적 명분주의와 관념적 폐단에 젖어있는 

양반사회의 위선과 비리를 의인화한 호랑이를 통하여 비판하는 내용이다.
무위도식하며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면서도 허세를 부리고 은밀하게 

자신의 욕정을 발산하는 양반 사회의 모습이 희화화하여 그려진다. 

원작의 내용을 영문학자로서 지금은 타계하신 김용락 선생이 각색하면서 

이중 등장인물의 하나인 '동리자'를 부각시키고 마지막 결말은 

인간을 심판하던 호랑이들마저도 인간들에게 매수당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타락한 현실에 일격을 가한다. 소설로서의 <호질>이 아니라

연극 <동리자전>은 여러가지 연극적인 볼거리가 가미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배꼽을 쥐게 하는 통쾌함이 있으며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용락
1935년 충남 부여 출생. 호는 남강으로 1961년 서울대학교 사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덕성여고, 중동고교, 금란여고 교사를 거쳐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1964년 문화방송 개국 2주년기념 30회 연속방속극본 모집에 <미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당선된 바 있으나 중동고교에서 연극반 지도교사를 맡고부터 희곡에 관심을 돌렸다. 1968년 문공부 장편극 모집에 희곡<동트는 새벽에 서다>가 당선되어 국립극단 공연으로 데뷔하였다. 1970년 서울신문 연극평론 부문에<비극성의 고찰>이 입선되어 연극평론가로도 활동을 하였다.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 제정 예륜상을 1972년에, 197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 대표작품 <동리자전><돼지들의 산책><소시민><교목><열한개의 출산><타인들><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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