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허규, 장소현 공동 '창포각시'

clint 2025. 2. 26. 13:44

 

 

 

5월이라 단오날 큰 마당에서 한바탕 축제가 열린다.
길놀이 전에 제사를 올려 모두의 행복을 기원한다. 
전국각지의 이름있는 인사들이 사물놀이에 맞춰 등장한다.
봉산탈춤의 팔목 중, 꼭두각시놀음의 산받이, 산대놀이 취발이,
양주 별산대놀이의 쇠뚝이, 여기에 각지역 탈을 쓴 배우들이 나온다.
말뚝이탈도, 미얄할멈, 초란이, 홍백가도  보인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면 꼭두첨지가 나온다.
창- 옛날 옛적 금수강산 한구석, 향하촌에 천하 어리석은 녀석이 살고 있었는데 
부모 덕에 호의 호식, 무식하고 미련하고 눈은 높고 손은 커서 분수 없고 (중략)

그런데 그 영감에게 무남독녀 창포라는 각시가 있었는데  그 이름 그대로 

오뉴월 단옷날에 나아 창포처럼 푸릇푸릇 나긋나긋, 창포각시가 봉황처럼 컷구나. 

하며 딸자랑을 하는데 바로 부자 샌님댁에서 신부로 맞는단다. 

바로 경사났네하며 한바탕 놀고, 벌써 결혼준비를 하는데...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샌님댁 아들 젊은 도령이 아니라 늙은 샌님이 신랑이다. 
난장판이 펼쳐진다. 창포각시가 그 얘길 듣고 비명횡사... 잠시 후 상여가 나온다. 

저승사자에 처용탈을 쓴 처용이 사랑과 자비와 관용으로서 인간세계를 길들이라 한다. 

그리고 광대가를 다같이 부른다.

 


작가겸 극단 대표 - 허규
저희 극단 민예극장은 창단부터 우리 고유의 극형식인 마당놀이를 오늘에 되살리려는 것을 큰 목표의 하나로 잡았습니다. 그것은 마당극이 우리의 낡은 유산이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앞선 연극형식이며, 이 작업을 통해 우리 나름의 연극 문법과 연기술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신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큰 목표였던 것입니다. 
이 마당극 창포각시는 탈놀이극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실험해 보이려 합니다.
1, 우리의 독특한 무대 마당과 놀이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 체득
2, 우리 고유의 모든 탈놀이와 꼭두각시놀음, 판소리 등을 어떻게 한자리에 조화롭게 연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
3. 우리의 연극, 연기술, 탈 등의 본질적 의미의 탐구
4, 마당극에 있어서 관객과 연기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5, 서구문명에 물든 현대사회에서 탈놀이와 마당극은 어떻게 존재해야하는가?
저희 극단 민예극장은 연극을 통한 인간성 존중과 민족전통예술의 조화라는 좌표 하에 성실히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는 여러분이 있는 한 우린 혼자가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