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셰익스피어 리어왕 김명곤 재구성 '우루왕'

clint 2025. 2. 19. 09:16

 

광대들의 노래로 시작된다. 
꿈 속 바리는 밤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 
통치권을 양위하게 되면 천재지변이 일어난다는 예언을 듣고 괴로워한다. 
우루왕에게는 가화, 연화, 바리 세 딸이 있다. 천신제가 거행되고 우루왕은 
양위를 선포한다. 그러자 일식현상이 일어나 불길한 기운을 알리지만, 
우루왕은 세 딸에게 효심을 물어 양위하려 한다. 가화와 연화는 세치 혀로 
과장된 사랑을 고백하여 땅을 물려받지만, 효심으로 반대하던 바리는 
충신 매륵과 함께 왕궁에서 쫓겨난다. 
고흘승지의 서자인 솔지는 출세를 위해 음모를 꾸며 아버지인 고흘승지와 
형 을지를 반목시키려 한다. 형 을지가 아버지를 죽이려 한다는 거짓 서찰을 
아버지가 보도록 만들고 계획대로 고흘승지는 을지를 의심하게 된다. 
매륵은 변장하고서 우루왕을 섬기고, 가화공주의 심복인 우화충이 우루왕에게 
무례하게 굴자 그를 때려 충성심을 보인다. 이를 빌미로 가화는 우루왕의 
무사들과 광대들을 트집 잡고, 끝내 우루왕은 자신에게 사랑을 맹세한 
큰딸 가화에게 버림받는다. 
솔지의 계략대로 을지는 도망가게 되고 이미 을지에 대한 의심이 굳어진 
고흘은 을지를 잡기 위해 무사를 풀어 추격한다. 

 

 


큰딸 가화에게 버림 받은 우루는 연화에게 발길을 향하고, 광대들은 가화에게 
내침을 당한 우루왕을 가무와 꼭두극으로 위로한다. 
가화의 연락으로 연화와 추밀은 우루왕의 호위무사들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우루왕이 도착하자 연화는 호위무사를 없애기 위한 주연을 베풀고, 

호위무사들은 약을 탄 음식에 취해 무장해제된다. 연화는 가화언니에게 더 많은 땅을 

준 아버지를 모실 수 없다고 선언하며, 내쫓는다. 우루왕은 연화에게도 내쫓겨 
광야로 숨어든다. 
우루왕은 두 딸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황야를 헤맨다, 
길대부인과 바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광증이 깊어간다. 

그러던 중 거지로 변장한 을지를 만나고, 그를 ‘도사님’이라 따르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우루왕을 찾아온 고흘과도 만나게 되지만 왕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한편 을지는 아버지와 마주쳤지만 아는 체 할 수 없는 숙명에 고통받게 된다. 

 

 


바리는 굿을 통해 두 언니에게 버림받은 아버지가 광증에 걸려 광야를 떠돌며,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무장승을 찾아가 천지수를 구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예언을 듣게 된다. 이에 천지수를 찾아 나선 바리는 거지들 도움으로 남루한 
복장으로 변장헤 무장승을 찾아간다. 천산 길목을 지키는 수호신과 만난다. 

수호신들을 인간이 올 곳이 아니라며 바리에게 돌아가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광증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불태워도 천지수를 구하러 가겠다는 

바리의 효심에 감동하여 길을 열어준다. 
광기에 빠진 우루왕은 미친 척하는 을지와 광대들과 함께 광야를 헤매다가 
사악한 딸들에 대한 재판놀이하고, 우루왕을 찾아온 고흘은 매륵을 만나 
두 딸들이 우루왕을 암살할 계획이 있다는 음모를 알리며 피신을 권유한다. 

 



솔지의 밀고로 첩자라는 누명을 쓴 채로 사로잡힌 고흘은 솔지의 흉계로 
자신이 을지를 내쫓았음을 깨닫게 되지만 잔인한 추밀에게 두 눈을 뽑힌다. 
그러나 추밀 역시 그의 잔인한 행동에 분개한 부하에게 칼을 맞고 죽는다. 
가화는 자신의 침실에서 솔지와 정사를 나누고, 전쟁에서 용맹하게 싸우면 
지휘권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가화의 남편 야노는 연화의 사신으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솔지의 음모로 꾸며진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흘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사랑하는 아들 을지를 내쫓은 것을 괴로워하고 
자신을 시도하나 행랑아범의 지혜로 목숨을 구한다. 
이때 마침 광야에서 여우잡이놀이를 하던 우루왕 일행은 눈먼 고흘을 만나 
신세를 한탄한 후에 다시 광야를 헤매게 된다. 홀로 남은 고흘은 우화충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숨어서 아버지를 보호하던 을지가 나타나 

우화충을 죽이고, 아버지를 구한다. 그 와중에 우화충에게서 서찰을 발견하고 

모든 것이 솔지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연화의 막사에 문상온 솔지는 연화와 정분을 나눈다. 변장한 을지는 야노에게 
가화의 음모가 적힌 우화충의 밀서를 전달하고, 전쟁에 승리한 뒤에 읽어보고

자신을 불러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바리는 천지수를 구하기 위해서 천산의 명의 무장승을 찾아 헤매다가 지쳐 쓰러진다. 

바리는 천지수로 뛰어내리는 무장승의 시험을 통과한 후에 병든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천지수를 구하게 된다. 
조선국과 사로국의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은 조선국의 승리로 끝나고 
솔지는 사로왕의 목을 베며 전쟁 영웅으로 탄생한다. 피의 전쟁터에 도착한 
바리는 광기에 지쳐 쓰러진 우루왕을 발견하고 천지수를 먹여 정신을 되살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솔지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을 처지가 된다. 

바리는 우루왕을 대신하여 솔지가 보낸 자객의 칼을 맞게 된다. 우루왕은 자기 잘못으로 
사랑하는 셋째 딸 바리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바리는 우루왕과 재회하나 우루왕은 바리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바리는 죽은 우루왕을 안고 천지신명에게 죽은 혼령들을 위로해 달라고 절규하며

무녀가 되어 상생의 춤을 추며 노래한다. 바리는 무녀가 되어 무굿으로 우루왕과 길대부인,

원한 서린 혼령들을 불러내어 상생의 춤을 추어 저승길로 인도하고,

저승길을 가던 우루왕과 길대부인이 바라보는 가운데 무녀로 남는다. 
광대들과 모든 배우들의 노래로 막이 내린다.

 


 

<우루왕>의 근간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다. 극중 장소와 시대배경,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바뀌었을 뿐, 스토리라인은 똑같다. 여기에 우리의 가장 오랜 서사무가 ‘바리데기’ 설화가 겹쳐져있다.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딸이 바로 그 아버지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동서양 공통의 모티브가 접목된 것이다. 그러나 <리어왕>에서와는 달리 <우루왕>에서는 목숨을 건진 바리가 무녀가 되어 타계한 부친의 영혼을 달리며 상생의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점이 다르다. ‘생명과 상생의 판타지’라는 부제에 걸맞는 형식과 결론으로 <우루왕>에서는 독선과 광기로 파멸을 자초하는 인간의 부조리한 행태보다 용서와 화해, 영혼의 구제라는 주제에 힘이 실려 있으며 그래서 희망과 비전이 제시되는 마지막 장면은 신비로움과 감동을 전한다. 특히 극의 틀거리를 제공하는 광대패들은 <리어왕>의 광대에, 희랍극의 코러스에 해당하기도 하고 동시에 우리 전통 연희의 한 형식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으로 이 공연의 핵심을 대변한다. 서양 고전 작품과 우리 설화를 접목시킴으로써 세계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가운데 무리없이 한국적인 것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루왕> 은 더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번안 재구성의 글 - 김명곤
저는 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아득한 상고시대로 옮겨 우리 무속의 근원 설화인 바리데기 설화와 접목시켜 보았습니다. 자신을 버린 부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저승 여행을 한 뒤 무당이 된 바리공주는 리어왕에게 버림받은 뒤 부왕을 위해 전쟁으로 광야에서 죽어 간 코딜리어 공주와 원형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음모와 배신, 살육과 전쟁으로 피범벅이 된 우루왕 주변의 권력세계는 그를 분노와 광기의 제물로 만듭니다. 우루왕은 절대 권력자가 빠지기 쉬운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진실과 허위를 구별하지 못하고, 불같은 성격 때문에 판단을 그르쳐 영악한 두 딸에게 영토와 권력을 넘겨주고 착한 막내딸을 버림으로써 몰락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 광야로 쫓겨나 고통을 받는 우루왕은 이 외로운 방황을 통해 새로운 정신적 자유와 벌거벗은 진실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현실과 초현실, 신과 인간 의식과 무의식, 권력과 정치, 남녀의 치정 부모와 자식, 거짓과 진실의 충돌 등 복잡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우루왕은 분노, 절망, 광기라는 고통을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을 인식해가지만 결국 자신이 버린 딸로부터 용서를 받으며 죽음을 맞고 씻김굿을 통 해 영혼의 재생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의도 하에서 천신제. 바리의 죽은 어머니 길대부인의 예언, 천지수의 인신공양, 전쟁과 살육, 기아와 죽음, 바리의 고난, 혼령들의 재생과 씻김굿 등의 장면들이 새롭게 첨가되고 원작의 줄거리와 시대 배경, 인물 설정 등은 크게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전통의 창과 연희적 요소를 활용한 광대패를 등장시켜 무겁고 비극적인 이 작품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극의 원근감과 리듬감을 살리는 기능을 부여했습니다. 고전 작품의 번안은 원작의 예술적 무게 때문에 창작만큼이나 고되고 벅찬 일거리를 안겨줍니다. "리어왕" 역시 그 동안 수많은 연출가와 작가들의 손으로 개작되어왔는데 그 수많은 변형과 재창조의 예술적 성과물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한국적 변형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 어려운 질문은 연습기간 내내 저를 숨죽이고 가슴 졸이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