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은 자동차 대리운전자와 물 제품 선전판매자, 그리고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찾으려는 인물 등 3인이 인적이 드믄 한적한 공터에서 한 밤을 지새우며 겪는 우주와의 소통과 체험이다.
무대는 중앙에 나무 한그루가 각목으로 받쳐 세워지고, 주변엔 잔디가 조성되고 낙엽이 덮여있다. 무대 좌우에는 천정으로부터 중간 매듭이 여러 개 맺혀 있는 밧줄이 늘어져 있어 동물원의 우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핀(부분조명)이 밝혀진 공간에 대리운전자가 등장, 약정요금보다 부족한 금액지불에 대한 항의성 발언을 지껄이지만, 무척 부드럽게 들리는 것에서, 관객은 그가 소심한 인물임을 감지하게 된다. 소심 남(男)은 도시에서 원거리의 빈공간과 밤늦은 시각으로 인해 귀가가 불가능해 진 것을 깨닫는 순간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자녀들의 등장과 그들의 엉뚱한 발언에서 경제력 부족과 생활의 궁핍이 객석에 전달된다. 잠시 후 또 한 인물이 테이블과 의자를 떠받들고 등장 공터에 내려놓는다. 그의 독백에 상대역인 부장이 등장하고, 그들의 대화로 물 제품 선전판매상임이 알려진다. 판매부진에 따른 책임과 소외지역으로의 추방이 대리라는 직책을 불안감으로 떨게 만들고, 불안 남이 어두운 공터를 더듬듯 헤매는 과정에 소심남과 접촉하게 되고, 2인은 각자의 처지와 입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체온을 의지해 끌어안고 잠이 든다. 곧이어 UFO를 찾는 세 번째 인물이 야영도구와 천체망원경을 들고 등장, 의외의 장소에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 2인과 자리다툼을 벌인다, 그런데 세 번째 인물의 항변이나 일거수일투족이 허약하기가 그지없다. 향후 소심 남, 불안 남, 허약 남 3인의 어둠속에서의 갈등이, 마치 한치 앞을 내다 볼 수없는 현 시국이나, 핵으로 무장된 북(北)같은 UFO가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고 있는 절대절명 상황에서 자중지란으로 진흙탕 싸움만 하는 정치풍토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그것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3인의 주변에 우주인이 등장해 서성이지만, 3인의 눈에는 우주인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무대 왼쪽에 텐트를 치고, 무대 중앙에서 천체 망원경을 조립해 하늘을 살필 때에도, 바로 근거리까지 접근하는 우주인을 3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3인이 무대 왼쪽에서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 우주인은 그 사이사이에 끼어 3인의 모습을 살핀다. 3인이 노숙을 하면, 우주인은 무대 오른쪽에 모여앉아 놀이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3인의 맹점은 우리 자신의 맹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사소한 일로 나신까지 들어 낸 채 다투고, 부끄러움을 의식하지 못한 채 무대바닥에 기진해 벌렁 드러누워 헐떡이는 3인의 남성의 모습은 3남(南)의 정당인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연극이었다.
작가의 말 - 오세혁
세상이 점점 발전할수록 우주, 하늘. 별. 달. 꿈. 용기 같은 말보다는
예금. 적금. 보험. 카드. 전세 같은 말들이 더 익숙해지고
사냥감을 기다리며 3일 밤낮을 기다렸던 차분한 호흡보다
1초에 몇 번씩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다급한 테크닉이 더 필요해집니다.
짚신 신고, 한 달 보름 걸려 만주까지 걸어갔던 옛날과
옆 동네 한번 가더라도 자동차악 네비게이션이 필요한 지금
세상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사람의 스케일은 점점 작아져만 가는 것이 아닐까?
고대인이 근대인을 거쳐 현대인이 된 것이 아니라 우주인이 지구인을 거쳐 도시인이 된 것이 아닐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가면 갈수록 몸과 마음이 현대에 맞게 퇴보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멋진 우주인이 되어야겠습니다.
우주인의 탄생부터 완성까지 함께해주신 장성희 교수님과 유보배 학우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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