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들라에가 베를렌느를 찾아와 랭보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시작된다.
임종 전 랭보로부터 아프리카에 마지막 시를 두고 왔다는 말을 들은 들라에,
베를렌느에게 아프리카에 있는 랭보의 시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과거, 시골 마을 샤를르빌의 17살 소년 랭보.
랭보의 꿈은 시로써 '투시자'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자신의 시적 세계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많은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보지만
매번 답장을 받지 못해 실망한다.
그러던 중 친구 들라에가 소개해 준 베를렌느의 시에 반해 편지를 보낸다.
베를렌느 또한 랭보가 동봉한 시에 마음을 빼앗겨 파리로 초대한다.
1871년. 시인이 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한 랭보는 베를렌느는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 랭보를 만나 잠시 당황하지만
랭보의 파리 문단 데뷔를 위해 살롱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랭보는 파리 시인들의 권태에 실망하여 그들을 대놓고 조롱한다.
자신의 시에 자괴감을 느낀 나머지 신경쇠약에 빠져있던 베를렌느는
내심 동의하던 점이었기 때문에 함께 난동을 피우며 즐거워한다.
랭보의 시에 송두리째 마음을 뺏기고 더 완벽한 시를 쓰기 위해
명예와 가족, 모든 것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함께 파리를 떠나 런던에서 창작을 위한
삶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의 시를 향유하고 영감을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랭보의 시집이 출판사에서 전부 거절당하면서
당장 집세도 못 낼 정도의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베를렌느는 취직을 제안하지만 랭보는 시를 쓸 시간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둘은 크게 다투고 그 과정에서 랭보가 베를렌느의 손을 펜으로 찌른다.
한편 홀로 고향에 남은 들라에는 이러한 일들을 고향에서 편지로 접한다.
친한 친구가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사실과, 랭보와 달리
평범하고 방향성도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씁쓸해한다.
랭보와 이별 후 베를렌느는 랭보를 그리워하고 랭보 또한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은
베를렌느뿐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재회하지만 랭보는 여전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약한 베를렌느의 모습에 실망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극도의 불안을 느끼던 베를렌느는 격렬한 싸움 끝에 베를렌느는
랭보의 손을 총으로 쏜다. 이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에 이른다.
랭보는 절필을 결심하고 시라는 낭만적인 거짓말이 아닌
진짜 불행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들라에와 베를렌느는 랭보가 묻어둔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 담긴 것은 시가 아닌 일기로, 무슨 일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 몸이 아프다,
따위의 지극히 현실적인 기록이었다. 들라에는 현실을 부정하지만
랭보의 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단 한 사람,
베를렌느는 그것이 랭보가 남긴 진짜 '시'임을 알아본다.
생전의 랭보는 일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자살은 하지 않을 것이며
살아 있는 한 고통을 즐길 것이라는 의지를 남긴다.
랭보가 미지의 공간에 있는 진정한 시를 발견하며 극이 마무리된다.
‘랭보’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랭보’, 보다 완벽한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베를렌느’,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좌절하고 방황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 ‘들라에’ 등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찾아 떠나는 인물들의 방랑을 통해 그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시적 감수성이 고갈된 세상, 꿈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자유에 대한 갈망을 품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끝없이 전진했던 랭보의 행적은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작지만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20년에 걸쳐 펼쳐지는 각기 다른 세 인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과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랭보는 자유를 꿈꾸는 동시에 구속을 꿈꾸었고, 시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세속의 장사꾼을 추구했고, 영원을 꿈꾸었지만 젊은 나이에 소멸한, 시인으로는 완전했지만 인간으로는 불완전했던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다. 베를렌느는 인정받는 시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시를 인정하지 못해 낙담하는 인물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를 쓰지 못하는 답보 상태에서 파격적인 랭보의 시를 읽고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겨버리기도 한다. 또한, 랭보와 베를렌느의 만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들라에는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평범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인물로 랭보의 천재성을 묵묵히 지지하는 어린 시절부터 단 하나뿐인 친구이다. 베를렌느가 지어준 랭보의 별명은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는 사는 동안 늘 방랑했고 또 방랑하기를 꿈꿨으며, 죽는 그 순간까지 아프리카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아프리카를 꿈꿨던 이유는 그곳에 가득한 가난과 부족의 고통이 진정한 삶이고, 그 삶이 곧 시(詩)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1891.)
19세기 후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선구자이자 프랑스 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고 전례 없는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아르튀르 랭보는 반항과 방랑의 아이콘으로 파란만장한 삶과 짧은 문학생애 동안 독창적인 시 세계를 남겼다. 프랑스 북동부 아르덴 지방에서 태어난 랭보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지적 능력을 보였으며 8세부터 타고난 글재주를 선보였다. 그는 15살이던 1869년에 이미 프랑스어로 첫시<고아들의 선물(Les Etrennes des Orphelins)>를 쓰며 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잡지>에 발표되었다. 1870년에는 샤를르빌 중학교 경시대회에서 라틴어 시로 1등상을 받을 정도로 라틴어 시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랭보는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을 겪으며 정식 교육 대신 수차례의 가출로 자유와 굶주림, 거친 생활속에서 시를 다듬고 자신만의 파격적인 시 세계를 완성해 갔다. 그는 시인이란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꿰뚫어볼수있고 개인의 인격에 대한 인습적 개념을 형성하는 모든 제약과 통제를 무너뜨림으로써 영원한 신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 로서의 예언자, 즉 '견자, 투시자(voyant)'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새로운 철학과 미학 <투시자의 편지(Lettres du voyant)>를 창조했다. 이어 1871년, 그는 파리 문학계의 유명 인사이자 시인인 베를렌느에게 각 모음에 다른 색깔을 부여한<모음들 Voyelles>외 및 편의사를 동봉해 편지를 보냈고 베를렌느의 초청으로 파리에 입성한 후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취한 배 Le Bateauivre>를 쓰게 된다. 그러다 베를렌느'와의 영원한 결별을 고한 '보'는 1873년 <지옥에서 보낸 한철 (Une Saison en enfer)>를 끌으로 절필하고 다시 방랑의 길로 들어선다. 1874년부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을 방랑하다 오른쪽 다리에 암이 퍼졌고, 이 때문에 마르세이유에 돌아와 다리를 절단하게 되지만 1891년 죽는 순간까지도 아프리카로 돌아갈 꿈을 꾸었다.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세상 저 너머,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존재. 시인은 모든 제약과 통제로부터 벗어나 위대한 범죄자, 거룩한 병자, 저주받은 자가 돼야 해. 그 험난한 고행의 길을 통해 마침내 시인은 미지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어." 랭보의 대사 중
1871년 5월 17살의 랭보가 자신의 스승이자 시인인 '조르주 이장바르'와 '폴드매니'에게 쓴 두통의 편지를 일컬어 '투시자(혹은 견자)의 편지라 부른다. 이 편지에는 랭보가 이미 17살의 나이에 자신이 시인으로서 어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나는 감히 투시자가 되어야 하며, 또한 의식적으로 투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모든 감각의 오랜 거대하고 체계적인 '비틀기(착란)'에 의해서 자신을 의식적으로 투시자로 만듭니다. 사랑과 고통, 광증의 모든 형태들이 다 그런 것입니다." -랭보가 시인 '폴드메나에게 보낸 편지 中
이 편지에서는 랭보가 자신만의 시론을 펼치며 스스로 '투시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투자'는 사물에 대해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접근을 벗어나 자신을 내가 아닌 하나의 타자의 입장으로 변환시키며, 이 상태에서 모든 감각이 뒤틀린 상태에서 보여지는 새롭고 경이적인 사물의 상태를 보는자'라고 말한다. 이 <투시자론(견자론)>은 이후 랭보가 쓴 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핵심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타자(他者)'이다."라는 랭보의 유명한 시적 명제 역시 '투시자의 편지'에서 등장한다. 그리고랭보의 이 시론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짐 모리슨, 밥 딜런'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예술적 영감으로 남아있다. 또한 랭보는 이러한 '투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냉철히 투시하며 자신의 영혼을 인식해야 하며 모든 감각의 극단, 힘겨운 고행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투시자가 되어 미지의 세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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