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양정웅 '연(緣Karma)'

clint 2024. 5. 23. 18:04

 

 

장례행렬이 시작된다.

어디선가 나타나는 다시래기 패들.

죽음의 이미지들이 전통 상례의 변형으로 변주된다.

이승의 끝... 발상, , 반함, 달고질....

씻김굿, 상여행렬이 흥겨운 리듬과 소리, 원무, 승무로 어우러지고

죽음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흥이 무대를 감싼다.

저승의 또 다른을 축원이라도 하듯

무대 가득 하얀 꽃잎이 흩날리고...

잠시 후, 혼례의 서곡과 함께 만장이 흩날리고

시자들이 등장한다. 청사초롱이 길을 밝히며

혼례의 서막을 알리고 시자들이 예를 알리며

초례를 치르는 신랑신부,

이윽고 두 사람은 긴 시간의 벽을 넘어

상징적이지만 유머러스한 대사들로 흥을 돋우며

부부緣의 갈등을 묘사한다.

삶은 여행이며 우리는 그 여행을 추억하며 緣을 쌓아간다.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쫓으며,

추억의 오브제가 등장하고 시간을 거스른다.

어린 시절... 수많은 만남속에 세상은 커지고

緣은 찰나를 붙들려는 듯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른다.

한 떼의 하얀 나비들이 동구 밖으로 사라진다.

심장 고동을 닮은 타악이 울리고

이제 하늘과 땅이 열린다.

대지의 어미가 끝없이 아이를 낳는다.

연은 연을 낳고 끝없이 새로운 고통과

기쁨의 탄생이 이어진다.

 

 

 

 

<Karma>는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나고, 났다가 죽는 것이 끝없이 반복한다는 윤회 생사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역시 우리 삶의 주변이며 일 부라고 생각하는 동양적이며, 불교적인 시선이 다분히 녹아 있다. 그것은 점점 순간적이고 가벼워만 지는 우리들에게 '인연'의 소중함과 추억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아름다움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전통 상례와 초례의 랩를 승무, 달고질 춤과 노래, 읍과 절 등 다양한 우리 가락과 몸짓을 재현하면서 동양적인 것과 한 극적인 것, 불교적이면서 토속적인 멋을 한껏 선보이며 동양적 세계관을 연극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 Karma> 2001년 일본 동경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오키나와 페스티발, 2002년 국립극장 컬처로드, 서울공연예술제 등에 참가하여 가능성을 인정받고, 2003년에는 세계적인 연극제인15회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에 참가하여 대상(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대상은 프랑스의 태양극단이 수상을 한 바 있는 권위 있는 상이다. 또한, 대상 뿐만이 아니라 여우주연상과 무대미술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훌륭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세련되고 단아한 한국의 美를 깔끔하게 살린 미술-미니멀하게 변형 제작된 상여, 상례와 초례의 소품들, 물동이, , , 봇짐 등 한국적인 오브제, 의상, 악기들과 함께 마치 온 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인 듯 어우러지는 앙상블로 문화상품으로서 세계 공연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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