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복이란 젊은이가 젊은 날을 허랑방탕하게 보내다가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려버리고 시골로 낙향한다.
어느 날 어머니 약을 지으려 읍내로 갔다가
국민당에게 징집되어 국공 내전에 뛰어들게 된다.
2년 후 집에 돌아왔으나 어머닌 돌아가시고
딸 봉하는 열병을 앓아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농사일을 하며 아들 유경이가 5학년이 됐을 때,
교장선생부인이 아이를 낳다가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해지자
수혈을 하려고 유경의 피를 너무 많이 뽑아 유경이는 죽는다.
딸 봉하는 어느 덧 장성하여 읍내의 머리 삐뚤어진
석이에게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다가 피를 많이 흘려 죽는다.
그리고 석 달 후 가진도 쇠약해져 서서히 죽게 된다.
사위 석이도 시멘트 일을 하다 시멘트 판에 깔려 죽고,
손자 고근이도 귀복이 삶은 콩을 너무 먹어 죽는다.
혈혈단신 홀로 남은 노인 귀복이는 늙은 소와 함께 세월을 낚는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오늘도 우리네는 세상에서 가장 찌질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잘 사는 인생, 잘 살아졌던 인생이란 무엇일까?
연극 <인생 : 활착>,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흥청망청 돈을 쓰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귀복이란 남자가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 소작농이 되어 온갖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살아온 날을 회고하는 작품이다.
귀복의 인생은 처절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젊은 날은 부유한 환경으로 빛나는 날을 보냈지만 그 부유한 환경 때문에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었고, 그로 인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아내는 병들었다. 그는 불평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고자 했으나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와 손자까지 차례로 잃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 고난을 주었던 운명에 대한 그의 태도는 초연하기 그지없어 숙연하기까지 하다. "나는 말이야.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야.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 없어졌지만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해"
잘나서 잘 살았고 못나서 못산 사람은 없다. 삶, 인생은 항상 우리가 쓰고 남긴 것을 주워 담는다. 운명은 우리가 직접 쓰고 남길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역시 인생이기에 우리에게 닥친 절대자가 아닌 우정으로 다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줄 알까봐. 이름을 여러개 불러 그를 속인 것이요. 다른 소도 밭을 가는줄 알면 신이 날 것이고, 그러면 밭가는 일도 힘이 날 것이 아니겠소"
"사람이란 말일세, 살아나갈 때 더 많은 고통을 받는 법이지, 막상 죽어갈 때가 되면 자기를 편안하게 할 방법을 생각하는 법이라네."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게 좋은거야. 아웅다웅 이리 채이고 저리 부대끼다 보면 누구나 자기 운명만큼 배상받을 수 있게 마련이라네." (대사 중에서)
연극 <인생: 활착(活着)>은 소설 "허삼관매혈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중국작가 '위화'의 대표작 <인생(원제 活着)>을 원작으로 중국의 세계적인 감독 장이모우에 의해 영화화되어 깐느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생 활착>은 귀복이라는 한 노인의 가족사를 통해 소박한 사람들의 힘겹지만 낯설지 않은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만큼 늙어버린 소를 끌고 논 일로 살아가는 홀로 남은 귀복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의지나 목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원작지 위화는 1960년 싱해근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8세에 집을 나가 먼 길을 가다>를 발표하기 전까지 치과의사로 일했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世事如烟)>, <사랑이야기>(1987), <가랑비속의 외침>, 〈수획(收獲)>(1991)등의 창작활동을 통해 그는 "위화 현상"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중국 3세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세기말 의식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대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소설 "살아간다는 것"("활착")을 가차없는 현실과 운명에 맞서게 하는 사랑과 우정의 힘과 인간의 본성과 생명에 대한 근원적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파란속에서도 "살아간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만을 부여잡고 역사의 물줄기와 함께 굽이 치온 생생한 삶의 기록인 이 소설은 다만 중국인의 그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그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독일에서 출판되어 문학독자들에게 호평 받은 이 소설은 장이모우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되어 199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인생'의 원작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아내와 아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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