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가 1996년 발표한 이 소설은 노통브 특유의 과장된,
엽기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대화체 소설이다.
<두려움과 떨림>에서처럼 이 소설에서도 작가가 직접 실명으로 등장한다.
서기 79년 8월 24일 오전에 나폴리 만(灣)의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것은 바로 누군가가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라는데,
그렇다면 누가? 왜?
아멜리 노통브는 바로 이 의문에서 소설을 시작한다.
어느 학자가 〈하나의 도시를 완전무결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를 화산재로 덮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다. 노통은 누군가 폼페이라는 도시가 예술의 발전에서 그 절정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 도시를 영원하게 만들고 싶어서 화산폭발을 일으켰을 거라는 가정을 제시한다.
이 책은 1995년에 이런 의문을 제기한 작가와 2579년에 폼페이의 화산 폭발을 직접 주도했다는 26세기의 과학자 셀시우스, 이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지진도 모르게 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26세기로 날아간 작가와 이 젊은 작가를 만나게 된 과학자는 폼페이의 화산 폭발을 둘러싸고 역사와 시간에 대한 끝도 없는 토론을 벌인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조작일 수 있을 이 탐정소설에 탐정은 없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에도 아이러니, 언어의 유희, 잔인함, 부조리함어 잔뜩 들어있다. 모험 소설, 환상 소설 그 이상이다. 모든 장르를 뒤섞어놓은 이 소설은 작가의 재능과 솜씨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문에도 언급되는 것이지만. “환상과 상상력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뛰어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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