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이후 6.29선언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의 여러 정치상황들을, 어쩌면 지극히 순진해 보이기 조차한 고릴라는 한 상징물을 통해 우화적 기법으로 형상화 시키면서 본 극이 근자의 질식할 수 있는 상황속에서도 하나의 탈출구로서의 의미부여와 함께 고릴라의 건강한 진화를 촉구한다.
이 작품은 의식 있는 젊은 작가 주완수씨의 창작 만화집으로 어려운 산고 끝에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그 초판을 발행하여(도서출판 세계) 최단기간에 10만 부 발행을 넘길 정도로 젊은 독자층의 인기를 선정하며 당시 신동아 주간한국, 만화광장, 매주만화, 가나아트 각 대학학보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었다. 전국민의 민주화의 열망과 그에 부응할 수 없었던 계층구조 간의 갈등이 빚어내는 몇차례의 위기 상황에서 용케 탄생된 고릴라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상황을 투사하는 우화적 상징물로서 그간 웃을 수 없었던 이 나라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웃음의 모습으 로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여 신선가족의 새 레파토리 선정회의를 거쳐 원작자의 서슴없는 동참에 힘입어 그동안 의식 있는 영화 조감독 및 연극 연출가로 활동해온 남민하씨가 본 극을 위하여 새롭게 그들을 완성하였고 그만의 독특한 연출감각이 낳은 풍자와 재치 있는 무대로 선을 보인 작품이다. 민주화의 푸른 새싹이 뿌리 채 뽑히지 나 않을까 조바심하던 수상한 시대를 조심조심 돌이켜 보면서 같은 시공간을 함께 경험한 어느 계층이 건 하등의 편견없이 역사라는 거울속에 비춰진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무대에 쏟았다. 본 작품이 갖는 미학적 가치는 섣불리 입에 담기 뭐 하지만 주인공인 보통 고릴라는 전혀 거짓말하지 않는 깡그리 발가벗은 우리 한국인의 모습으로 관객 모두에게 투사된다. 아직은 유인원의 저급한 우리 정치상황이 호모사 피엔스 수준의 성숙한 정치로 거듭 진화되기를 기대하는 의도다.
작가의 변 – 주완수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부터 멈칫거리면서도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갔던 것이 차츰 일이 크게 벌어지면서 급기야는 내 감당하기 힘든 연극까지 확대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뒷수습하기 어려울 성 싶습니다. 본디부터 무슨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고 는 버릇때문에 시퍼렇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들쑥거리며 살아왔고 이것저것 마구 분탕질쳐 놨습니다. 겨우 갓 열 두어 살인 나이에 시인이 되려 했고 그 뒤 몇 년은 화가가 되려 했고, 또 그뒤 몇 년은 실천가가 되려 했던 그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가 저질러 놓은 것이 바로 「보통고릴라」일뿐일진대, 이 만화가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고 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연극무대까지 오르다 보니 도무지 아무런 감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머릿속에 띄우는 계산 하나는 있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생각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이 세상에 거저 남아 큰죄 짓고 살지 않기 위해서 라면 “어떡하는 무엇을 하든 세상에 최소한이나마 쓸모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아주 원초적인 바램”을 가지며 그 바램을 위한 현실적인 실천을 끝끝내 견지해 내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연극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선뜻 내 만화를 연극무대에 올려지는 일에 동의한 것은 바로 여기 오월하늘의 여러 연극인들이 내 소박한 믿음을 정확하게 옮겨 주실 것이라고 믿 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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