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호 '진혼곡'

clint 2023. 5. 26. 09:59

 

이 작품은 '79년도 '이상문학상'에서 독자추천상을 받은 최인호씨의 원작 소설을 박철씨가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있어서 시대는 설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비인간화 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시대이다.

 

남편이라는 등장인물의 시각을 통해 이 작품은 전개된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은 노예를 거느린다. 노예는 노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노예일 따름이다. 어느 날 시장에서 부부가 노미라는 노예를 사온다. 노예시장의 많은 노예 중에서 노미는 아주 특이하고 알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노예와는 달리 말을 할 줄도 안다. 부부는 이 종자 좋은 노예를 첫 명령으로 암노예와의 교미를 시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러자 이제까지는 아무 말이 없던 노미의 입에서 '저는 짐승이 아닙니다. 저는 인간입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눈물을 흘리며...... 이제까지는 아무도 눈물을 흘린 적도 본적도 없는 인간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노미는 주인에게 주인나으리께서는 저희들을 채찍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저는 다른 노예들을 눈물로서 용서한다고 말한다.

주인은 점점 이 노예에게 많은 궁금증을 가진다. 그러던 어느 날 위대한 사람이 이 마을을 방문하여 병든 사람과 고통을 받는 사람을 구원해주고는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이들은 위대한 사람의 새로운 폭력에 시달리다 악마라고 몰아세우던 노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던 중 노미가 만들어준 피리를 불던 주인의 딸이 위대한 사람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게 되자, 노미는 자기를 대신 죽여 달라고 소원한다. 이에 감복한 주인은 갇혀 있는 노미를 찾아가 멀리 도망가라고 족쇄를 풀어준다. 이에 노미는 자기가 도망치면 위대한 사람은 주인을 대신 죽일 것이라며 거절한다. 이에 주인은 노미에게 '너는 노예가 아니다. 너는 인간이다.'라며 잃었던 인간성을 회복한다. 마침내 노미는 처형을 당하자 이제까지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붉은 액체가 노미의 몸에서 나온다. 마을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노미가 가지고 있던 알을 서로 품겠다고 나선다.

어느 날 노미가 남기고 간 알에서 한 인간이 탄생한다. 우리는 그 알에서 태어난 인간을 '최초의인간'이라고 부른다.

 

 

최인호의 <진혼곡> '노미'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주의, 이기주의, 집단의 폭력에 능한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그들이 더욱 커다란 힘의 폭력에 시달릴 때 치졸해지는 인간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노미가 암노예와의 강요된 교미 후부터는 자기자신만의 자유에 대한 갈증에서 마을사람 전체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생산의 과정으로 나아갈 때 보여주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자기의 생명까지 던지는 모습을 통해 비극적 감정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독자와 관객은 어쩌면 노미가 품고 있던 알에서 태어난 이 세상 최초의 인간다움을 지닌 인간이 되어있을 것이다.

"진혼곡에서는 노예인 노미의 인간이 되고자하고 또 인간으로 대우받고자 하는 바램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겉으로는 꺾여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바램이 240대의 매를 맞기까지나는 인간입니다"를 외쳤던 만큼 절실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딸을 위해서, 또 그 자신을 암노예와 강제추행 시켰었던 '남편'을 위해서 노미 자신이 대신 죽는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종교적으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 이전의 이야기를 상상해낸 최인호 작가가 그려낸 이 작품은

노예와 인간, 희생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간됨을 말한다.

눈물을 흘리는 존재.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는 존재.

그리고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고 사랑으로 대하는 존재가

인간의 근본 모습이란 이야기로 최초의 인간이라 부르는 인간이

그 알에서 태어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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