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주완수 '보통 고릴라'

clint 2023. 5. 27. 20:25

 

10.26이후 6.29선언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의 여러 정치상황들을, 어쩌면 지극히 순진해 보이기 조차한 고릴라는 상징물을 통해 우화적 기법으로 형상화 시키면서 극이 근자의 질식할 있는 상황속에서도 하나의 탈출구로서의 의미부여와 함께 고릴라의 건강한 진화를 촉구한다.

 

이 작품은 의식 있는 젊은 작가 주완수씨의 창작 만화집으로 어려운 산고 끝에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그 초판을 발행하여(도서출판 세계) 최단기간에 10만 부 발행을 넘길 정도로 젊은 독자층의 인기를 선정하며 당시 신동아 주간한국, 만화광장, 매주만화, 가나아트 각 대학학보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었다. 전국민의 민주화의 열망과 그에 부응할 수 없었던 계층구조 간의 갈등이 빚어내는 몇차례의 위기 상황에서 용케 탄생된 고릴라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상황을 투사하는 우화적 상징물로서 그간 웃을 수 없었던 이 나라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웃음의 모습으 로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여 신선가족의 새 레파토리 선정회의를 거쳐 원작자의 서슴없는 동참에 힘입어 그동안 의식 있는 영화 조감독 및 연극 연출가로 활동해온 남민하씨가 본 극을 위하여 새롭게 그들을 완성하였고 그만의 독특한 연출감각이 낳은 풍자와 재치 있는 무대로 선을 보인 작품이다. 민주화의 푸른 새싹이 뿌리 채 뽑히지 나 않을까 조바심하던 수상한 시대를 조심조심 돌이켜 보면서 같은 시공간을 함께 경험한 어느 계층이 건 하등의 편견없이 역사라는 거울속에 비춰진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무대에 쏟았다. 본 작품이 갖는 미학적 가치는 섣불리 입에 담기 뭐 하지만 주인공인 보통 고릴라는 전혀 거짓말하지 않는 깡그리 발가벗은 우리 한국인의 모습으로 관객 모두에게 투사된다. 아직은 유인원의 저급한 우리 정치상황이 호모사 피엔스 수준의 성숙한 정치로 거듭 진화되기를 기대하는 의도다.

 

 

작가의 변 주완수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부터 멈칫거리면서도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갔던 것이 차츰 일이 크게 벌어지면서 급기야는 내 감당하기 힘든 연극까지 확대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뒷수습하기 어려울 성 싶습니다. 본디부터 무슨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고  는 버릇때문에 시퍼렇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들쑥거리며 살아왔고 이것저것 마구 분탕질쳐 놨습니다. 겨우 갓 열 두어 살인 나이에 시인이 되려 했고 그 뒤 몇 년은 화가가 되려 했고, 또 그뒤 몇 년은 실천가가 되려 했던 그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가 저질러 놓은 것이 바로 「보통고릴라」일뿐일진대, 이 만화가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고 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연극무대까지 오르다 보니 도무지 아무런 감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머릿속에 띄우는 계산 하나는 있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생각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이 세상에 거저 남아 큰죄 짓고 살지 않기 위해서 라면 어떡하는 무엇을 하든 세상에 최소한이나마 쓸모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아주 원초적인 바램을 가지며 그 바램을 위한 현실적인 실천을 끝끝내 견지해 내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연극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선뜻 내 만화를 연극무대에 올려지는 일에 동의한 것은 바로 여기 오월하늘의 여러 연극인들이 내 소박한 믿음을 정확하게 옮겨 주실 것이라고 믿 었기 때문입니다.

 

주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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