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상열 '요술피리'

clint 2023. 5. 27. 06:03

1장
아직 열리지 않은 막 앞에 비행사 복장을 한 진득이는 요술피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전투기를 함께 타고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며 초계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그 비행기가 고장이 나 서해바다 외딴 무인도 섬에 불시착, 거기서 겪은 모험담을 엮어 나가려 한다. 자, 어서 피리를 불어. 그래야 막이 올라갈게 아냐…….
2장
불시착한 이들은 구조 신호를 보내나 아무 신호가 없을 때, 이 때 소리가 들리며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함께 공주와 시녀들이 나타나 고장난 비행기를 발견하고 불길한 징조라 하며 궁궐로 돌아간다. 사냥꾼과 범술은 큰 독수리를 발견하여 그것이 비행기인지 모르고 철갑 독수리라 일컬으며 후한 값을 받아 시장에 내다 팔자며 끌고 간다. 복돌이와 진득이는 사냥꾼의 뒤를 쫓아간다. 한편 이상한 물체를 본 공주와 시녀들은 여왕께 그 사실을 아뢰자 괴변이 일어날 불길한 징조라 한다. 병사 하나가 망원경을 발견 모든 사람들이 그 망원경을 통해 물체들이 크고 가깝게 보이자 요술 눈동자라 일컬으며, 여왕은 혹시 커다란 괴물과 요술 눈동자가 눈에 보인 것은 왜적이 침입할지 모른다는 하늘의 계시일지 모른다며 미연에 방지하라 명한다. 어두운 밤이 되자 평화스러운 신라 땅에 왜적들이 쳐들어온다. 왜장은 명하길 신라 땅엔 무예가 뛰어나고 애국심이 강한 화랑들이 있으니 조심하라 이르며 어른과 남자들은 전부 목을 베어 죽이고 재산들을 약탈한다.
3장
철갑 독수리를 잡은 기념으로 마을에선 축제가 벌어진다. 복돌이와 진득이는 비행기를 찾아 사냥꾼 마을에 들어오다 붙잡힌다. 소문에만 듣던 왜구들 같다며 죽이려 할 때, 복돌이와 진득이는 먼 곳으로부터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사람으로서 그 곳은 과학의 시대, 현대라는 시대라며 비행기의 기관 고장으로 인하여 구름 속에 파묻혀 불시착해 이곳에 왔다고 말할 때 병사들이 나타나 괴물을 찾으라는 여왕님의 분부로 이들을 끌고 간다. 사냥꾼들은 평화스런 이 땅에 나타난 불길한 징조인 철갑 독수리를 끌고 여왕께 갖다 바친다.
4장
여왕은 역관이 왜구가 침략할지 모른다고 통역을 하고 근위대장 또한 복돌이와 진득이가 왜구들의 첩자라고 아뢰자 이 둘을 옥에 가두라고 명하고 왜구들이 침략해 와서 민가에 불을 지르고 재물들을 약탈하자 화랑들을 선발해 왜구를 무찌를 것을 명한다. 감방에 갇혀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때, 공주와 시녀들이 나타나 나라를 걱정하고 있자 복돌이와 진득이도 같은 마음인 것을 전하며, 신라는 천년 뒤의 한국이며 같은 조국, 같은 백성임을 알려 주니 풀어줄 것을 명한다. 공주는 시녀들에게 두 사람과 함께 전쟁터에 나갈 것이니 이무에게도 말하지 말라하며 같이 나라를 구하러 떠난다.

 


5장
왜구들에 의해 사냥꾼이 칼에 찔려 죽는다. 원수를 갚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자 범술은 눈물을 머금으며 원수를 갚을 것을 결심한다. 왜구들에 의해 화랑들이 바다 속으로 모두 빠져 죽자 하늘에서 법사가 나타나 나라를 구하려면 죽도에 가서 요술피리를 얻으라 일러주고 사라진다.
6장
범술과 이 일행들은 요술피리를 찾아 도깨비섬으로 떠난다. 도깨비섬엔 축제가 한창이다. 익살스럽게 춤을 추며 뚱보 말라깽이, 왈가닥 도깨비들의 장기자랑과 함께 도깨비 대왕의 마법의 피리연주가 시작 되면, 용궁선녀들의 춤이 펼쳐지는 가운데 공주와 일행들이 나타난다.도깨비 대장이 이들을 잡으려 할 때 요술피리를 뺏으러 온 게 아니라 왜구들의 행패를 막기 위해 요술피리를 얻고자 함을 간곡히 청하자, 모든 도깨비들의 의견일치로 피리를 준다.
7장
이 일행들은 요술피리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다. 궁궐에서는 왜구들이 쳐들어와 여왕과 시녀들에게 칼과 창을 들이댈 때, 멀리 하늘에서 피리소리가 들려오며 왜구는 쓰러진다. 여왕과 만난 공주는 여러 가지 일어난 일들을 아뢰자 여왕은 범술을 왕자로 삼고, 복돌이와 진득이에겐 현대라는 곳으로 돌아가라 하며 요술피리를 준다. 다시 법사가 나타나 요술피리로 환생곡을 불면 성 밖에 나가 죽어 있는 백성들과 병사들이 다시 살아난다며 사라진다. 요술피리란 피리 부는 사람이 맘을 먹고 불면 그 마음대로 이루어진다 한다.
8장
바닷가 해변가엔 멀리서 환생곡의 피리소리가 들려오며 죽었던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듯 환생의 노래를 부르며 하나, 둘 깨어난다. 요술피리로 인해 이 나라엔 다시 평화가 왔다. 복돌이와 진득이는 요술피리를 갖고 현대라는 곳으로 돌아간다. 모든 백성들은 요술피리를 얻은 기쁨으로 노래를 부르며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 때 서서히 막이 내린다.

 

작가의 글- 김상열

이 연극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만파식적(萬波息笛)에서 소재를 얻은 것이다. 삼국유사의 기록 자체도 간략하여, 내용 역시 전형적인 설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것을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창작이 되고 말았다.

- 신라 31대 신무왕이 이견대(利見臺)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 산이 하나 더 떠내려와 있더라는 것이다. 용이 나타나서 그 섬에는 대나무가 있는데,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나라가 화평하고 외적도 물리치고 비가 내리고 한다 하여 왕의 명으로 사자를 보내어 대나무를 베어 피리로 만들어서 국보로 삼았다. 그 대나무는 문무왕과 김유신 장군의 영령으로 되었다는 기록이다 이 간략한 설화 속에 나는 현대라고 하는 문명과 기계의 요소들과 신라 시대의 풍류와 세속오계를 만나게 하고 싶어 졌다. 전혀 만나질 수 없는 두 시대와 두 문물을 일치시키는 그 충돌의 순간에서 오는 재미와 그리고 교육적 효과를 감안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첫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그 동안 세계 명작, 동화를 공연하면서 얻은 많은 체험과 수련이 이 작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연극이야 말로,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시청각 교육이다. 간혹 당혹스럽게 느껴질지 모르는 작품의 구성 자체를 생각이 자유로운 무대 공간의 권리로서 양해하여 주기 바란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나는 오늘 구형 비행기를 태워 현대와 옛날의 두꺼운 시간의 벽을 뚫고 안내하고자 한다. 제트기는 과학은 있되 실수가 없고, 로켓은 빠르되 어수룩함이 부족하다. 털털거리는 구식 비행기가 오히려 모든 어린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라를 아주 먼 옛날로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아주 가까운 말죽거리 조금 지나서 있는 시대와 나라로 안내하여 주고 싶다. 왜냐하면, 현대라고 하는 오늘에 사는 어린이들 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너무 외롭게 지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이 연극 속에서 현대와 신라시대가 만나는 그 충돌의 순간에 나보다 더 많은 재미난 요소들을 어린이들이 직접 상상해 주길 바란다. 연극은 구경하면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뛰어난 상상력이 바로 한국 어린이 연극의 밑거름이요, 격려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요술피리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이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착하고 아름다울 때만 요술피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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