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 칸'을 지키려는 소녀 "덕"의 이야기
덕 매카타스니는 아버지 휴와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휴는 쓰레기통 같은 거실에서
인스턴트와 게임 속 가상세계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어느 날 덕은 사회복지사 린다 언더힐의 가장 방문을 통보 받는다.
자신이 보호시설로 보내지게 될 수도 있음을 걱정한 덕은
가정에 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게 위해 작전을 짠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덕이 짝사랑하는 로렌스가 나타나고 뒤이어
아그네사라는 여인까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만 가는데.....
이 작품은 프레임들이 서로 만나고 부서지기도 하고 재조합되기도 하면서 한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희곡의 이야기는 상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주인공의 세계를 그리고, 그것이 연출가가 말하는 여러 축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세계의 정육면체 한 칸"의 우주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살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때가 있다. 특히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간 흔적은 더욱 오래, 깊이 돌처럼 마음에 박힌다. 피할 수 없는 현실 속 괴로움을 마주하고 감당하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다.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진주를 품은 조개가 될지, 아니면 자신을 썩게 만들어 스스로 파괴될지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에 나오는 주인공 덕 매카타스니는 아픈 과거의 기억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 오히려 더 빛나는 삶을 만들어낸 매력적인 일상의 영웅이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 휴와 함께 사는 16세 소녀 덕의 삶은 밖에서 보기엔 너무도 위태롭다. 예상치도 못한 시간에 갑자기 신경이 마비돼 다리도 절뚝거리게 되고 팔도 떠는 아버지, 이제는 시력까지 잃어간다. 엄마는 덕이 3살 때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스코틀랜드 커콜다라는 마을에 자리잡은 집구석은 당연히 난장판일 수밖에 없고, 먹다 남은 피자와 마리화나 꽁초가 가득한 거실 한쪽에는 엄마가 사고 때 탔던 오토바이가 누워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앞에 파국의 요정이 환상처럼 나타난다. '내가 너의 수호 요정이니 이번 생은 글렀다'고 말하는데, 덕은 자신이 B급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그 요정 때문인 것만 같다. 하지만 덕은 그 나름의 방식대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연극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객관적으로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좌절해도 이해가 되는 상황인데 마치 꿈 속에 빠져 있는 듯 현실감각이 오히려 낮은 덕의 행동은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그리고 그 유쾌함이 결국 행복을 만들어낸다.
<집에 사는 몬스터>의 원작 ‘The Monster in the hall’의 원작자 데이비드 그레이그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젊은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에딘버러 페스티벌, 로열코트 극장 등에서도 호평을 얻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담은 창작극의 선두주자인 동시에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유머를 동시에 가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the Monster in the hall’은 의도적으로 화자를 기입해 놓지 않은 희곡으로 대사에 쓰인 텍스트의 힘과 그것을 등장인물들에게 재배치하는 연출의 힘을 재량껏 발휘하도록 오픈된 희곡이다.
1969년 에딘버러 출생, 영국 최고의 극작가 중 하나이며 특히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21세기 대표 영국 극작가이다. 1996년 런던 Traverse 극장에서 으로 데뷔하였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이 영국의 주요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유럽,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일본에서도 공연되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스코틀랜드 극립 극장의 첫 번째 드라마 터그로 임명되어 활동하였고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90년대부터 <카사노바>, <캔디다 2000> <일방통행로 One Way Street)> 등 극단 서스펙트 컬처의 작품을 통해 크게 인정을 받으면서 영국의 대표극작가로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특히 에딘버러 소재의 스코틀랜드 창작극의 산실인 트레버스 극장에서 많은 작품을 선 보이며 유명해졌다. 1999년에는 영국 최고의 연극무대라 할 수 있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관람자 (THE SPECULATOR)> 라는 작품으로 참가하였고, 2003년에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곡, <샌디에고 (2003)> 를 선보이며 명실공히 세계적인 극작가로 등극했다. 200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을 위해 <빅토리아 (2000)>, 중동분쟁에 개입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창작극 <아메리칸 파일럿 (2005)>을 썼고, 로열 코트극장에서 <라말라 (RAMALLAH, 2004)>, 등의 막을 올렸다. 최근 작품으로는 피레네 산맥 밑에서 발견된,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피레네 (2005)>, 각색 작품으로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노란 달 (2006)>, <다마스커스 (2007)>, 그리스 고전을 뮤지컬로 각색한 <박카이 (2008)>등이 있다.
이처럼 데이빗 그레이그는 시대상을 담보하는 진지한 연극작가로서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담은 이 시대의 창작극의 선두주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유머를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작가이다. 또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방식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고전의 각색에서부터 현재 창작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와 문체의 방식을 연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현대인의 생각과 초상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이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여 이해될 수 있게끔 만들어 내는 그의 극작법은 오늘날 연극학계가 그의 작품을 연구하며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세계 연극 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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