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호메로스 원작 존 바턴, 케네스 카벤더 재창작 '아킬레우스'

clint 2023. 2. 13. 14:20

 

이 작품은 원전 희곡이 없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내용을 바턴과 케네스 카벤더이 재창작한 것이다.

 

트로이 전쟁 중에 포로로 잡혀온 트로이 여성 브리세이스를 사이에 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과의 마찰이 발단이 된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의 동맹국을 공격해 크리세이스와 브리세이스라는 두 미녀를 포로로 잡아와 여종으로 삼았는데, 브리세이스는 자신이 갖고 크리세이스는 아가멤논에게 선물했다. 본래 두 남자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아킬레우스가 크리세이스를 선물한 일로 다소 훈훈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크리세이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 크리세스의 딸이었다. 크리세스는 많은 몸값을 준비해서 아가멤논을 찾아가 딸을 돌려주달라 간청했다. 그런데 아가멤논은 오히려 크리세스를 모욕해서 쫓아냈고, 원통해진 크리세스는 자신이 모시는 아폴론에게 그리스군에 저주를 내려 달라고 빌었다. 그렇잖아도 아폴론 또한 그리스군을 탐탁찮게 여기던 참이었는데, 자신의 사제까지 이런 모욕을 당하자 크게 진노해서 그리스군에 전염병을 퍼뜨렸다. 그리스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탁을 받았는데 바로 크리세이스와 더불어 소와 양을 합쳐 100마리를 지불해야 아폴론이 분노를 거둔다는 신탁이었다. 당장이 급한 아가멤논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지불했다. 그런데 여기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가 자신에게 브리세이스가 아닌 크리세이스를 준 것을 탓하면서 브리세이스를 자신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아가멤논은 거만한 아킬레우스를 아니꼽게 여겼고, 아킬레우스는 사령관 이랍시고 전장에 참전은 제일 안 하면서 전리품만 제일 많이 챙기는 아가멤논을 비웃으며 사이가 나쁘던 차였다. 그러던 이들이었으니 이 사건으로 제대로 충돌하게 되었다. 아킬레우스는 분노했지만, 당장 전염병을 몰아내는 게 급한 다른 장수들은 아가멤논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브리세이스는 아가멤논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아킬레우스는 화를 내며 더 이상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그리고 어머니인 테티스를 찾아가 자기를 무시한 그리스군이 패배하게 만들어 달라고 제우스에게 부탁해달라 요청했다. 아킬레우스를 아끼던 테티스는 자식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제우스에게 찾아갔고, 제우스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여 전쟁에 간섭하게 된다.

 

두 영웅의 자존심 다툼 속에서 그리스군이 불리하게 되자 아가멤논이 먼저 양보를 했다. 평소 아킬레우스와 사이가 원만하던 오디세우스 등을 아가멤논의 사과와 보상을 전했다.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에게 제시한 보상은 브리세이스를 돌려주는 건 당연하며 그녀와 동침하지 않았다는 맹세, 지금까지 차지한 수많은 금은보화와 수많은 미녀, 트로이를 함락해 얻는 전리품의 절반, 그리고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딸과의 결혼, 자신 소유의 그리스의 도시 7개로 어마어마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보물이나 여성은 자신이 전쟁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데다가, 자기도 아까운 목숨인데 아가멤논을 위해 바치기 싫다는 식으로 반발한다.

사과하러 온 사절들을 일단 옳은 말만으로 설득했으며, 아킬레우스도 내심 맞는 말이라 생각해 이들에게 제대로 반박하기 보단 억지를 부리거나 머뭇거리면서 말을 피했다. 심지어 아이아스가 설득에 나섰을 땐 그의 말이 다 옳다고 인정했지만 그래도 아가멤논을 도우러 간다곤 안 했다. 그걸 지켜보던 파트로클로스가 나서서 아킬레우스를 설득하기에 이르지만 결국 먹히지 않았다.

이후 그리스 측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불리해지면서 배들이 정박된 해안까지 밀리게 되었다. 아킬레우스는 이 소식을 듣고 파트로클로스를 보내 자신과 친한 장수들이 다쳤나 보고 오라 했는데, 그런 파트로클로스의 사정을 들은 네스토르가 지금 온 연합군이 죽어가고 있다며 파트로클로스에게 호소했지만, 파트로클로스도 지금의 아킬레우스는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급박해진 그리스 측은 적어도 아킬레우스의 맹우인 파트로클로스라도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아킬레우스인 척을 해주면 트로이군이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아킬레우스 측에 제안했다. 여전히 아킬레우스는 비관적이었으나 파트로클로스는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이라도 나서겠다면서 아킬레우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아킬레우스는 마지못해 자신의 무장과 병력 전부를 파트로클로스에게 양도함으로써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 대행으로 트로이 전쟁에 복귀했다. 트로이군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런 위장 작전은 금방 들통났지만, 파트로클로스도 상당한 실력자인 데다가 아킬레우스의 정예군까지 합쳐져 위장 작전이 들통나든 말든 트로이군을 몰아붙이며 다시 전황을 비슷한 수준까지 돌려놨다. 그런데 너무 흥분한 파트로클로스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성벽 근처에 갈 생각은 꿈에도 말아라" 라는 아킬레우스의 충고를 까먹고 성벽 근처까지 가서 적들을 상대하다가 헥토르를 이기지 못하고 전사했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들은 아킬레우스는 매우 슬퍼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자신이 직접 찾아가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어머니 테티스에게 부탁해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든 최상급 무구들을 갖춰서 트로이 전쟁에 복귀한다. 자신의 부대와 함께 파트로클로스 전사 이후 사기가 오른 트로이군을 다시 성안으로 몰아넣는데, 잔뜩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이때 안면이 있던 트로이 군인들이 애원할 때도 상관하지 않고 전부 도륙했다. 결국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맞섰다. 싸우기 전에,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승자가 누구든 상대를 존중해 시신을 보내주자고 제안했지만 아킬레우스는 무시한다. 두 전사의 혈투 끝에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파트로클로스를 죽이고 입은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그의 몸에 맞지 않아 생긴 틈의 목을 창으로 꿰뚫어버렸다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입고 있었던 자신의 원래 갑옷을 벗겨 전차에 실은 뒤 분풀이로 그 시체를 전차에 매달아 끌고 트로이 성을 돌며 쌓인 한을 풀었다.

 


그 후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시종 한 명만 대동한 채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삼엄한 경비를 뚫고 아킬레우스를 만나러 왔다. 프리아모스는 많은 몸값을 가지고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받으러 와서 애원했지만 아킬레우스는 친구를 죽인 원수의 시체를 내줄 수 없다며 분노했지만 자식 잃은 아버지의 큰 슬픔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결국 아킬레우스는 증오를 거두고, 프리아모스가 자신을 찾아온 것은 제우스의 뜻이라 여기며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주기로 한다. 더불어 헥토르의 장례를 치를수 있도록 12일간의 휴전을 보장하며, 음식까지 대접했고 푹 쉬도록 배려해준다. 그리고 프리아모스 왕에게 자신이 헥토르를 죽였기에 자신도 신의 예언으로 죽을 운명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