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토머스 하디 '테스'

clint 2023. 2. 6. 16:11

 

 

작가 토머스 하디는 1840년에 태어나 1928년에 사망했다. 그러니까 88세의 장수를 누린 셈이다.

<테스>는 그의 대표작이다. '토머스 하디'하면 냉큼 <테스>를 연상할 정도이다.

테스는 '표정이 풍부하고 함박꽃과 같은 입술과 크고 순진해 보이는 눈'을 가진 시골 처녀이다. 자기 집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닭장지기로 고용되어 간 부잣집 아들 알렉에게 몸을 망친다.  그리하여 한때는 절망에 빠지지만, 또 새로운 생활을 결심하고 농장으로 소젖 짜는 일꾼으로 일 한다. 여기에서 테스는 낙농연구 차 와있는 엔젤과 만나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테스는 결혼하기에 앞서 자기 과거를 고백하려 했지만, 온갖 사정으로 말미암아 기어코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첫날밤에야 드디어 고백한다. 그러자 엔젤은 그녀에게 배신당했다고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그 후 테스는 가난한 집을 위해 전보다도 더 힘겨운 농사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던 중에 알렉을 만나 그의 간청에 의해 그와 동거하게 된다. 그 얼마 후, 엔젤이 돌아왔으나 테스가 알렉과 동거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는 낙심하고 되돌아간다. 한편 테스는 엔젤을 보내 놓고, 자기를 이 지경으로 만든 알렉이 부쩍 미워져 칼로 그를 찔러 죽인다. 그리하여 결국 테스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이렇듯 단순한 얘기를 토마스 하디는 그의 깊은 통찰력으로 관찰, 리얼하고 사회적인 문제성이 있는 소설로 꾸밀 수가 있었다.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대로 줄거리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테스라는 빈농의 딸이 알렉이라는 불한당에게 겁탈당해 아이를 낳고 사회적 낙인이 찍혀 살아가는 중에 그 아이도 잃은 채 힘겹게 살아가다가 새롭게 만난 엔젤이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자기의 과거를 알고 난 후 태도가 돌변한 엔젤과 헤어져 살다 그의 행방을 알 수도 없고 그와 연락도 닿지 않아 고통 당하던 중에 다시 알렉을 만나게 된 테스는 그의 집요한 압력과 회유에다 가난한 집안을 건사할 길이 막막해 그의 정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해외에서 돌아온 엔젤이 자기 있는 곳을 수소문하여 재회하게 되자 테스는 자기를 두 번씩이나 속인 알렉을 죽인 후 엔젤과 재결합하게 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체포되어 사형당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인 토머스 하디가 논의하고자 하는 핵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공들여 묘사한 영국 남서부 웨섹스 지방의 풍광과 그 속에서 극심한 빈곤을 감내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신선한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와, 빈곤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할 뿐 아니라 소박한 삶을 즐기는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서술이 서로 비교되고 대조되는 것도 하디가 의도한 것이라면 이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를 놓치는 셈이 되겠다.

 

 

이 작품의 원제는 “더버빌가의 테스: 순결한 여인”(Tess of the d'Urbervilles: A Pure Woman)이다. ‘순결한 여인’이라는 부제 때문에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말이 많았다고 한다. 정조를 잃고 아들을 낳아 기른 적도 있고 정식으로 결혼한 이후에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정부로 살다 그 남자를 죽인 여자를 어떻게 순결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세평에 대해 작가 토머스 하디는 단호했다. ‘순결한’이란 형용사의 개념을 “문명의 법령에서 유래한 인위적이고 이차적인 개념”으로만 관련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항하여, 그들은 “자연 상태에서 부여된, 더 나아가 미학적으로 그 단어에 부여된 의미를 무시했다”고 공박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들이 믿는 “기독교의 가장 고매한 면모가 제공하는 영적인 해석”을 무시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고 덧붙였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알렉의 행동은 요즘 같으면 ‘성폭력’이라는 죄목으로 처벌될 일이었다. 가해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저촉되어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을 범죄이기에. 그렇지만 알렉의 성폭력은 19세기 말 영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리어 그 피해자인 테스가 덤터기를 다 뒤집어쓴 채 고통스러운 생애를 이어가야 했다19세기 말 영국사회가 편협하고 편파적이며 자의적인 규정으로 사회적인 성도덕을 통제하려 한 시도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테스와 같은 희생자가 존재했음은 분명하다. 작가 하디가 그 사실을 고발한 것을 당대의 사회는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대신 불쾌해하고 의아해했다. 즉 도덕적인 근거로 볼 때 ‘타락하고’ 부도덕한 그 여자를 순결하다는 하디의 말에 불쾌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고, 지적으로 볼 때 그녀를 순결하다고 말하는 하디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외면적인 순결” 과 “본질적인 순결” 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없었다. 비록 테스가 알렉의 겁탈로 인해 사회가 설정한 도덕 기준에 따라 외면적인 순결을 잃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내적 품성에 따라 규정되는 테스의 “본질적인 순결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는 하디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토마스 하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