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캐리>는 비밀 속에 가려진 고독한 소녀였다. 그녀의 성장 발육은 통상의 예를 벗어난, 좀 괴팍스러운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염동능력(念動 能力)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그 같은 캐리의 초능력이 울분과 원한의 한 절정에서 거대하고도 괴기스럽게 폭발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비주의, 즉 오컬트(occult) 하면 별로 진지하게 생각지 않으려 하고 공감, 동조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필연이나 당위에 의한 구성 전개의 합리성만을 추구하려는 오늘에 있어서 반(反) 실증주의적인 오컬트가 환영받을 리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칼티즘 그 자체는 인간 내부에 실재하는 요소이고 그에 상응한 리얼리티도 어쩔 수 없이 건재 한다. 이 소설은 그 같은 인간 내면의 한 단면을 잘 간파하고 밀도 있게 이를 형상화 시켰다고 보아진다. 그러기에 <캐리>는 단순 저속한 괴기 공포물이 아닌, 수준 높은 추리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른 바 공상과학 소설이라는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그 분야대로 인간 문제의 미래를 위해 공헌하고 있는 것이라면, 신비주의나 심령과학 분야의 소설 또한 소홀히 볼 수 없는 비중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이 분야의 작품으로는 <엑소시스트>, <오멘>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구미 특유의 악마관이나 종교관과 관계되는 재미 본위의 작품으로서 합리성이나 사실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는 평을 듣는다. 동류의 발상과 구성일지라도 유독 <캐리>가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과학적인 해명 대상이 되고 있는 인간의 이상심리(異狀心理)와 이상 능력을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기술하는 수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합리성이나 사실성의 면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전개를 하였기 때문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작품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자 공전의 대인파가 쇄도하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 미국 저널리즘이 절찬을 퍼붓고, 새로운 오컬트 붐을 조성하는데 기폭제 구실을 톡톡히 하게 된 모양이다.
<더 타임스>지에서도 ‘차라리 다이너마이트라고 불러야 할 작품’이라는 평을 싣고 있을 정도니까 그 소동이 얼마만큼 큰 건지 짐작할 수 있겠다. 인간은 과학만으로는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심령 세계가 지닌 신비성을 규명하는 작업 또한 용이한 것은 아니다. 요컨대 인간 심층에 내재한 불가사의한 요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자세로 이 소설을 읽고 소화해야할 것이다.
줄거리
캐리의 어머니는 성관계 자체를 악으로 생각한다. 캐리를 출산한 것조차 죄의식을 느낀다. 캐리를 죽이려고 했다가 그만두고를 반복한다. 캐리는 분노했을 때 자신에게 염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러 번 염력을 시도해보다가 결국은 통제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집에서도 편치 못한 캐리는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가장 큰 사건은 샤워 중에 생리를 경험하게 되지만 월경을 알리 없는 캐리는 놀라서 소스라치게 되고, 그런 캐리를 보는 아이들은 한심해서 비웃는다. 그리고 생리대를 던지게 된다. 캐리를 따돌리는데 앞장선 크리스는 캐리를 따돌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듯이 말했다. 그러나 같이 동조했던 수지 스넬은 생리대를 던진 사건 이후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캐리를 도와 기로 마음을 바꾼다. 학교 무도회에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 로스에게 캐리와 함께 무도회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토미 로스는 죄책감을 느끼는 수지를 보며 흔쾌히 수락하게 되고 크리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무도회에서 어떻게 괴롭힐 방법없을까 고민할 때 빌리라는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는 자신에게 막 대하는 빌리에게 이상하게 끌리고... 무도회에서 캐리를 골탕 먹일 작전을 기획한다. 둘은 다른 학교 친구들도 불러 모아서 돼지농장으로 간다. 그리고 돼지 목을 쳐서 나온 피를 들통에 받아 무도회장 최고의 커플이 앉는 의자 천장에 설치한다. 자리에 앉으려고 의자 앞에 서면 들통을 눕히면 돼지의 피를 뒤집어쓰게 되는 구조로 설치한다. 빌리는 생리대 던진 사건을떠올리며 캐리에게 피가 제격이라고 크리스와 함께 킬킬 거리며 비웃는다. 캐리는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를 사려고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재료를 사다가 스스로 만들어서 무도회에 참석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무도회에 가는 것을 반대하는데... 캐리는 염력으로 어머니를 옷장에 가두고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캐리는 분노와 증오심이 폭발하면 염력의 힘은 그 배가 된다. 그날밤 무도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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