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트 말로리는 여성의 몸으로 세계 요트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미모의 항해사.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미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인물은 항공 우주국 〈혁신과 전망〉 팀의 팀장 이브 크라메르로,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과 사회에 환멸을 느끼며 무력감에 빠져 있던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로 결심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광자 추진 우주선 개발에 몰두하던 이브는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세계 최고의 갑부 가브리엘 맥 나마라가 이브에게 손을 뻗어 오고 그의 V. S. 프로젝트(햇살 돛 개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이브는 비서인 사틴을 통해 엘리자베트에게 자신의 프로젝트에 동참해 달라는 뜻을 전한다. 처음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엘리자베트가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돌리고, 생태 심리학자인 아드리앵 바이스가 팀에 합류함으로써 마침내 전대미문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할 핵심 멤버들이 갖추어 지는데……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 범선 <파피용>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 반목과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는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희망의 별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모험담을 두고 혹자는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며 종교적 해석을 내놓았고, 혹자는 베르베르를 21세기의 쥘 베른이라 평하기도 하였다. 베르베르는 <지구>라는 고유명사를 복수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지구가 아니라 여러 지구가, 하나의 태양계가 아니라 여러 태양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단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 것에 매달려 끙끙대지 말고 바깥의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다시 보자는 것이다.
<세상을 구해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만든 것.>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베르베르는 이 책의 중심 소재인 우주 범선 <파피용>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독자들이 <꿈>을 꾸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결국,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원대한 계획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꿈꾸는 인간들이라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륙 이후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도박, 음주부터 시작해서 일부 대원들의 이탈(이때 이탈자들을 이끈 주동자의 이름이 사틴.) 살인, 전제군주정, 전쟁까지 인간이 답습해 온 악습을 전부 재현하며 1200여 년 안에 결국 인구의 대부분이 사망, 여자 한 명에 남자 다섯 명만 남는다. 결국 목표 행성 가까이에 오자 여자와 함께 상륙할 남자 한 명을 결정한다. 선택된 남자 아드리앙이 여자 엘리트와 함께 공룡 비슷한 생물이 사는 행성에 강하. 그리고 인간들이 가져온 전염병으로 공룡은 전멸(...) 대신 우주선에 유전자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지구의 생물들을 복제기로 번식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데는 성공한다. 얼마 후, 둘은 섹스 포지션에 관해 논쟁을 벌인 뒤 헤어지고, 여자는 나중에 뱀에 물려죽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아드리앵은 어쩔 수 없이 우주선의 생명 복제 장치로 여자를 탄생시키려고 하는데, 이때 골수가 필요해서 자신의 뼈를 때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깊이 생각해본 결과 생명과 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 때어낼 수 있는 뼈가 갈비뼈라고 판단하여 자신의 갈비뼈를 때어내고 여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둘이 대화하면서 끝난다. 여기까지 봤으면 무슨 내용인지 아시리라 믿는다. 또한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작가는 묵시록에서 창세기까지, 즉 인류의 시작과 끝이 돌고 도는 순환구조라는 이야기를 결말에 가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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