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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한국인의 맛'

clint 2022. 12. 19. 08:01

 

 

이 책은 짜장면, 커피, 돈까스, 단밭빵. 팥빙수 등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9가지 음식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음식별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고, '별세계'의 기자가 음식을 취재하는 과정이 소설로, 그 다음에는 음식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다른장에 나온다. 평소에 우리는 짜장면, 커피, 돈까스 등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이 책을 보게되면 그런 음식들이 일제시대 또는 그 부근에 일본과 서방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단팥빵은 일본에서 군산으로 건너온 일본인에 의해 시작되었고, 다시 일본의 단팥빵은 서양의 빵을 일본식으로 해석하여 재창조한 것이다. 단팥빵 전에 일본에는 "만쥬"가 있었으니, 만쥬와 서양빵의 조합이 단팥빵인 것이다.

한국에 단팥빵을 도입한 일본인은 군산에서 큰 부를 이루었으나, 815독립 후 일본으로 추방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의 적산가옥을 물려받아 한국인이 시작한 가게가 바로 "이성당"이다.

 

작가의 글 - 음식으로 보는 한국사, 한국사로 보는 음식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식생활 문화 또한 이전과 달라졌다. 밀가루, 고구마, 감자, 마른 멸치, 고추, 양파, 호박 등이 새로 식탁에 오르거나 대량으로 유통되었고,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다양한 요리법과 재료들이 수입되었다. 우리 밥상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미원과 설탕 같은 조미료 역시 이 시기에 국내로 들어왔다. 주방에서도 아궁이와 솥을 대신해서 새로운 조리 기구들이 들어왔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도 다른 문물과 마찬가지로 시대와 함께 큰 변화를 거친 결과다. 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조선으로 넘어온 짜장면은 점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했다. 고급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춘에서 맛볼 수 있던 비싼 '청요리'인 짜장면은 해방 이후 밀가루가 원조 물자로 들어오면서 서민들의 음식이 되었다. 덕분에 졸업식이나 특별한 날에 먹곤 했던 짜장면은 많은 먹을거리가 생긴 현재에도 여전히 간편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외식 음식으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 중에는 근대를 거치면서 새롭게 생겨나거나, 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들이 많다. 지금 우리가 길거리에서 즐겨먹는 떡볶이, 호빵, 돈까스, 제육덮밥 등은 이런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탄생했다. 전통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 역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바뀐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음식의 탄생과 변화, 혹은 소멸은 우리의 밥상이 우리 역사만큼이나 큰 진통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중국 산둥 지방의 음식인 짜장면이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 된 과정과, 일본에서 만든 아지노모도가 우리 입맛이 된 과정은 우리의 근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간편하게 먹는 카레과 돈까스에는 제국의 후발주자로서 서구 열강을 급하게 좇았던 일본의 욕망과, 그런 일본을 다시 따라잡고자 하는 한국의 열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커피에는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사교장에서 대학생들이 토론하던 다방을 거쳐 늦은 밤 사무실을 밝히는 노동자들의 책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인 장면들이 녹아있다 따라서 이렇게 식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의 역사를 더듬는 것은 우리의 입맛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어떤 방식으로 길들여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여정이 될 것이다. 천 년만큼 이나 파란만장하게 보낸 백 년의 전통에는 커피처럼 씁쓸하고 아지노모도처럼 짠 역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설탕처럼 달콤하고 팥빙수처럼 시린 추억들도 있다. 그 모두가 우리가 먹어왔고, 그래서 우리의 피와 살이 된 우리의 역사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를 가리킨다. 아무리 서먹한 사이라도 해도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야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시작할 우리의 먹거리를 더듬는 여정 역시 단순하게 먹거리에 얽힌 역사를 반추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온가족이 소풍날 김밥을 싸듯 먹는 것에 얽힌 추억을 통해 역사를 공유하는 과정을 살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