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기욤 뮈소 '구해줘'

clint 2022. 12. 21. 08:39

 

 

아내를 잃은 후 좌절감에 휩싸여 살아가는 젊은 의사 샘 갤러웨이와 여배우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 줄리에트 보몽.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뉴욕에 오지만 생활비를 벌기에도 벅찬 생활에 염증을 느낀 줄리에트 보몽은 프랑스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다. 무대보다는 카페 웨이트리스가 직업이 되다시피 한 줄리에트에게 뉴욕은 패배와 무력감을 일깨워준 냉혹한 도시일 뿐이었다. 샘은 타임스퀘어의 길을 운전해가던 중 줄리에트를 차로 칠 뻔한 사고 일보직전에서 겨우 멈춰 선다. 그 우연한 사건은 뉴욕에 살지만 전혀 남남일 뿐이었던 이 두 사람의 삶을 운명적으로 가까워지게 한다. 샘의 매력에 빠진 줄리에트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변호사라며 직업을 속인다. 아내를 잃은 후 삶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을 수 없었던 샘은 발랄하고 귀여운 이 프랑스 여자를 만나 자신의 생이 혹시 변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에 사로잡힌다. 48시간의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의 시간이 지나가고, 이내 줄리에트에게는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선다. 샘은 줄리에트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과 단지 짧은 엔조이일 뿐이었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그녀를 잡지 못한다. 파리 행 비행기에 오른 줄리에트. 이제 돌아가면 영영 샘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그녀는 출발 직전에 비행기에서 내려선다. 이 선택이 그녀를 예정돼있던 죽음으로부터 구해낸다. 파리행 비행기가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해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빚어지기 때문. 한편 줄리에트를 잡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망연자실해있던 샘에게 그레이스 코스텔로라는 신비로운 여형사가 접근해온다. 그레이스는 줄리에트가 아직 살아있지만 며칠 후에는 죽어야 할 운명이라고 말하며 그를 깊은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데…….

 

기욤 뮈소

 

구해줘는 한번 펼치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파격적인 캐릭터나 스펙터클 한 장면에 기대지 않고도 긴박감과 스릴, 서스펜스를 안겨주며 독자들을 다이내믹하고 신비스런 이야기 속으로 급속하게 빨려들게 만든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전개와 놀라운 반전, 단숨에 심장을 빠른 속도로 뛰게 만드는 역동적인 스토리는 단 한순간도 읽는 사람을 나른하게 하지 않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은 채 뉴욕에 온 젊은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와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생의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난 의사 샘이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지난 생애의 한 지점에서 비롯된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떠안고 있다. 과거의 어느 시간에 화인처럼 새겨진 그들의 상처는 생의 전반에 짙은 어두움을 드리우는 동시에 현재의 삶을 시름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마치 그들 모두는 이 소설의 제목처럼 구해줘라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듯하다.

상처로 얼룩진 그들의 삶에 구원의 가능성이 열린다. 새로운 만남과 사랑이 그들의 희망이다. 그들은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운명처럼 덧씌워진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 소설의 감동적인 결말은 소설 속 인물들만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모든 독자를 위한 해피엔딩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숨 돌릴 틈 없이 사로잡히고, 책장을 덮는 순간 긴 여운에 휩싸인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드는 이 소설의 매력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당신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이 작가의 바람은 결국 완벽하게 충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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