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문홍 '방외지사 이옥'

clint 2022. 6. 23. 21:44

 

 

 

"선비 이옥은 조선판 블랙리스트라 할 수 있어요. 요즘으로 치면 언론의 자유를 외친 거지요." 극작가 김문홍은 희곡 '방외지사 이옥'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인기 높은 조선의 22대 왕 정조. 정조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같은 참신한 문장을 패관소품이라 규정하고, 기존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으라고 명했다.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쓸 수 없게 한 정책이다. 정책에 따르겠다는 반성문도 쓰게 했고,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는 선비는 과거에 응하지 못하게 했다. 소통 군주, 개혁 군주의 정책이라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방외지사 이옥'에서 정조는 이렇게 말한다. "문체를 버리고 짐의 뜻을 따르겠느냐, 아니면 끝까지 고집하다 죽겠느냐?" 지엄한 왕명 앞에서 이옥은 "문체는 내 세계이며 내 목숨이기도 합니다. 문체를 잃음은 곧 내 마음을 잃음이니 결코 고칠 수 없소이다!"라고 저항했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억누르는 권력에 온 마음을 다해 맞서는 사람. 그런 존재가 이옥뿐일까. 그런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문홍은 역사를 통해 오늘의 현실을 이야기해왔다. 그 이야기의 방식은 희곡이었고, 연극으로 전달됐다.

 

 

 

 

작가의 글 - 김문홍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정조의 문체반정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집하며 신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문인 이옥의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결합된 일종의 팩션인데, 개인의 소신적 산물인 글과 언론을 통제하는 요즘의 정치적 권력의 횡포와 맞닿아 있는 지식인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으로 지금 이곳우리의 상황과 맥이 통하고 있다. 이옥의 현실적 삶과 정신 상황을 서사의 기본 축으로, 그리고 그의 글 속에 나오는 서정적 풍경과 백성들의 삶을 통한 이옥의 문체에 대한 소신을 비유하고자 코러스(무리)의 춤과 노래, 그리고 합창을 서브 플롯으로 진행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의 관객에게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한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극 속에 다양한 상징과 비유의 기법과 장치들을 삽입하여 형상화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