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이다. '죽이지도 않은 자에 대한 책임' 묵직한 이 제목은 이 작품에 나오는 소설가와 어린왕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무대를 보면 작품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무대에 조명으로 구분된 두 개의 원이 있다. 오른쪽 원은 어린 왕자의 원이고 상징적인 세계로 사용되며, 왼쪽 원은 소설가의 원이며 구체적인 현실세계로 사용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쌩텍쥐베리 소설의 그 어린 왕자가 상징의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온다. 왕자는 지리학자를 만나고 그의 위선적인 언행에 실망한다. 그리고 망원경으로 보여주는 소설가를 보고 조롱한다.
현실세계에 찌든 소설가. 교통사고로 아내를 앓고 그도 다리를 전다. 한때 의욕적인 창작에 열정을 가지고 소설을 썼으나 지금은 친구 도색잡지의 통속소설이나 쓰며 연명한다. 그런 소설가는 사장 친구와 다투고 자신의 소설을 쓰려한다. 그리고 그에게 밤마다 전화해왔던 여자를 만난다. 동해라는 여자는 친한 친구의 자살이 소설가의 작품을 읽고 결행한 거란다. 동해도 그 후유증으로 입원해 정신치료를 받았고, 그후 친구 수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 한다고.
잠시 소설가와 왕자가 자나친다. 어린왕자는 비행사를 만나 저자의 별로 돌아가 예전처럼 하늘의 등불이 될 것이고, 소설가는 새롭게 자신의 진짜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 자살한 수희란 여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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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주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등단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 외래교수
현 부산지역에서 극작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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