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자림 '이민선'

clint 2022. 6. 21. 10:38

 

 

 

부둣가 호텔 보헤미안에는 고창수를 반장으로한 8반이민단이 막 도착한다. 내일 새벽 일찍 선적 쨍카를 타고 브라질로 이민가는 그들은 고국의 마지막 밤을 작별하는 뜻에서 호텔주인 차가 파티를 벌린다. 이 자리에서 저마다 이민가서의 포부와 꿈을 피력해 보는 것이다창수는 그 넓고 기름진 땅에 사탕무를 심어 장차 사탕 이 되겠다는 희밍에 가득 차 있다.

한편 아들 만세는 아버지가 사탕무를 심으러 간다면 자기는 브라질에 한국을 심으러 간다며 그 포부가 대단하다. 그러나 정숙한 성품이 창수의 아내는 하는 수없이 남편을 따라가지만 고국을 떠난다는 것이 가슴 저리게 애잔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쨌던 좋건 나쁘건 이 땅에 뿌리를 박은 채 그냥 언제까지나 눌러살고만 싶은 향토애! 이밖에 8반이민단에는 노부을 속여가며 제주로 이사간다고 나선 득찬이 그리고 노동력의 보충으로 급작스레 가족을 만들어 떠나는 피양댁도 끼어있다. 다음날 드디어 이들은 이민선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창수네와 피양댁네는 떠나지 못하게 된다. 그 구절인즉 창수는 지난날 친구의 돈 보증을 서준 일이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급사하는 바람에 채권자에게 대신 그가 3백만환을 변상하게 된 일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출국금지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청천벽력같은 사고로 인해 창수는 실황의 나날을 보내며 돈을 마련하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나 허사였다. 이러한 중에서도 아들 만세와 피양댁의 딸 보비와는 같은 꿈을 안고 떠나는 젊은이끼리만의 공통점에서 어느덧 서로 사랑이 싹튼다.

 

 

 

 

그것을 눈치챈 보비의 소위 양오빠인 물개는 만세에게 질투를 품게 된다. 그래서 그는 홧김에 요정의 계월을 사귄다. 그는 원래 정치깡패로 암약하다가 정부인 여자을 죽이고 이번 피양댁네 편성 가족에 끼여들어 브라질로 도피하려던 참이었던것이다. 못 떠나게 된 피양댁은 그 곡절을 몰라 이리저리 알아보며 애타고 있으나 물개는 속심 딴 궁리로 피양댁의 돈을 훔쳐내 日本으로 밀항 계획을 하고 있다어느덧 다음 배인 제4 이민선이 또 떠나게 된다는 전날 부두에 발이 묶인채 미칠듯 안타깝기만 하는 창수는 생각 끝에 비장한 각오를 한다, 그것은 자기가 브라질에 계약해 둔 땅 3만평을 돈 많은 피양댁에게 헐값으로 팔아서 채무를 갚아 주고 빈털털이의 몸만이라도 브라질로 가 남의 땅을 부치며 한밑천 잡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던 참에 채권자의 고문 변호사한테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간다. 이때 덕보의 애인 묘숙이 덕보의 애를 임신해 서울서 내려와 덕보에게 울며 호소한다. 덕보는 애를 밴 묘숙 앞에 사과하며 이 땅에 남을 것을 다짐한다. 마침 물개는 피양댁의 돈을 훔쳐내 밀항선을 타러 부두로 나가려는데 창수의 딸 소라와 마주친다. 그는 색정이 발동하여 그녀를 창고로 끌고 들어가 강간한다뜻밖의 일을 당한 소라는 그 충격에 그만 바다로 뛰어들어 죽고 만다. 누이의 소식에 접한 만세는 도망치려는 물개를 때려눕히려고 하나 되려 잭나이프로 위협을 받게 된다. 마침 이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여인이 서울 형사와 같이 부두에 나타나 물개는 체포된다. 채권자의 고문변호사를 만난 창수는 친구의 유산으로 채무해결이 됐다면서 좋아하며 돌아오다가 소라의 죽음을 듣자 그의 기쁨은 삽시에 슬픔으로 돌변하고 만다다음날 그들이 떠나는 날이다. 딸로 인하여 쇼크를 받은 창수댁은 정신 이상을 가져와 애국가의 주악 소리를 들으며 해방과 더불어 고국으로 돌아오던 때의 환각 속으로 빠진다이제는 그의 소원대로 이민선을 타게는 됐으나 그의 가슴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이민선의 소리는 슬픈 여운을 남기며 멀리 떠나는데 효숙과 덕보는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서로 다짐하며 끝난다.

 

 

 

 

작가의 글 김자림

나는 <이민선>에서 야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끈질긴 투지력을 추구해보려고 했다.

오늘날 이민 문제는 대체로 우리의 눈앞에 놓여 있다. 그러니만큼 이민의 정신적인 자세와 심리상태를 비판적으로 파헤쳐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 이민자들의 가슴속 깊이 도사리는 지순한 조국애를 다소 분단적으로 천착해 보았다. 그러면서도 조국을 등지고 떠나는 해방감 같은 감정의 반면에는 도려낼 수 없는 향수에 대한 애수와의 갈등을 작가로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해부해 보고 싶었다. 人間이란 누구에게나 배반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작품을 쓰면서 그들의 내적 고통과 이들의 메가쥬망 속에 끓어오르는 다소 병적인 반항의식, 또는 이들의 이지러진 과법에 대한 불만, 이러한 정신적인 파멸에 대한 決死的인 안간힘이 있었다고도 하겠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인 고창수는 그러한 진통을 거쳐 인간이 갖는 無限한 꿈의 욕망으로 자기를 변모시키고 있다 하겠다. 이 협소한 땅에서 넓은 新天地로 떠나보려는 욕망은 누구나 한번은 가질법한 심정인 것이다. 그러니까 창수의 몸부림이야말로 오늘 우리 모두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이민선(移民船)은 김자림의 최초의 장막극으로 1965년 국립극장공모에 당선되고 그해 공연되었다.. 3막 6장으로 구성된 희곡으로 무대는 부산 부둣가에 있는 한 호텔로, 고창수라는 이민단장 내외와 피양댁, 그리고 최득찬 형제,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등장시켜, 브라질로 향하는 이민단의 현황을, 출항 전날 밤,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적나라하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