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일본 홋카이도 탄광.
징용으로 끌려온 수일은 석탄을 캐던 중 자신이 환생한 자임을 깨닫는다.
탄광의 인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미치광이란 말과 주먹질이다.
수일은 밤마다 들려오는 환청에 급기야 심신이 피폐해진다.
7월의 어느 밤, 수일은 '불바다의 역사'란 계시를 받고,
탄광에서 만난 소년수 토모를 업고 가까스로 홋카이도를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와 함께한 많은 광부들은 미군의 폭격으로 죽었다. *1945년 7월 14~15일)
며칠 후, 필사의 노력으로 수일은 토모의 고향 아오모리에 도착한다.
토모의 누나 마유미는 아오모리 역전 골목에 노동자 선술집 '마구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일은 '마구로'에서 몸을 추스르며 고향 조선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다 '마구로'의 여주인 노리꼬와 사랑에 빠진다.
'마구로'의 밤은 전쟁 중에도 영적으로 뜨겁고 인류애로 가득 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모리에 미군의 대규모 폭격이 있어나는 밤 (*1945년 7월 28일 밤)
선술집 '마구로'의 다락방에서 수일은 우주를 유영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꾸고 있는데,
토모는 소이탄으로 온몸이 불에 타 그을리고, 멀리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 여명의 아침이 떠오른다.
작가의 말 (작/연출 박근형)
예전에 아오모리에 어떤 일로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역전 뒷골목 선술집을 우연히 들렀습니다. 꽤 나이든 할머니 두 분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고, 나와 동료들은 그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지요. 조선말을 하는 우리들 젊은 일행을 보고 어느 순간 할머니 한분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1940년대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사람을 그리워하신답니다. 아직도. 김치며 쌀밥 마구 주시며, 그 시절 그 사람 그립다구요. 그 옛날 두 분, 정분 깊은 사연은 알 수는 없었지만 듣는 우리 가슴이 애절했습니다. 그래서 아오모리 그 선술집 기억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시절, 원치 않는 일본 땅에서 청춘을 바쳤던 그분들 이야기.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불행한 시대를 보낸 또 그분들이 인간으로 만났던 일본 사람들의 모습, 상상으로 그려 봅니다. 비극의 시대,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그분들 이야기가 오늘 어떤 울림을 줄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사람이 사람을 보듬어 주는 연민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극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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