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용준 '바이칼 호로의 여행'

clint 2022. 4. 17. 21:05

 

 

 

주인공 정대신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딸을 데리고 가출한다.

가족들은 가출이유나 행방을 모르고 그를 추적하는데,

다행이 딸 진경이 엉망진창인 상태로 돌아온다.

아버지 정대신의 행방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가족사의

비밀이 밝혀져 나가고 자식들 간의 갈등이 표출된다.

이윽고 장면은 어느 바닷가의 정대신이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으로 바뀌며

그가 퇴출되는 과정과 미령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과정이 표출된다.

정대신의 옛 동료 김박사를 통해서 정대신이 상처하게 된 과거와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출세지향적인 인생관이 드러나고,

자식들 간의 애증 문제가 나타난다.

정대신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장남을 대신하여 징역까지 살게 되면서

재생의 기회마저 버린다그리고 약봉지가 발견되면서 감방에서

병까지 얻게 되었음이 밝혀진다.

대신은 자식들을 위하여 보험을 들고 보험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병든 몸을 숨긴 채 막노동도 불사한다.

그러다 부인이 외국 여행을 간 틈을 이용해 자식들에게 병든 몸을

맡기지 않으려고, 자살을 결심하고는 가출한 것이 밝혀진다.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그들은 뒤를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일벌레처럼 살아오면서 자식들에게도 그런 삶을 최상인 양 강요해 왔다.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하여 세대간의 갈등은 필연적이었으나,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신세대를 구세대가 이길 수는 없다. 결국 기성 시대는 시대의 희생물이었으며, 전도된 가치관은 자식들과의 갈등만을 초래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걱정한다옛날에 아버지는 엄격한 가풍을 확립하면서 자식들에 존경의 대상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시대는 모권이 강력한 위세를 발휘하여 가장으로서의 권위도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어둠을 사르기 위해 제 몸을 태우며 빛을 내는 촛불처럼, 자식을 위해 제 한몸 아끼지 않는 아버지 모습을 정대신은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세대간의 갈등을 통해 아버지의 의미는 무엇인지, 정대신이라는 인물의 전도된 가치관과 뒤늦은 깨달음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