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7월 4일, 코네티컷의 작은 마을에 사는 밀러 가족이
독립기념일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을 때, 리처드가 자신의 딸 뮤리엘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불만을 품은 데이비드 맥컴버가 찾아온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냇 밀러에게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
냇이 발행하는 신문에 자기 회사의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냇은 아들의 편을 들며 그를 쫓아낸다.
데이비드는 딸에게 리처드와 절교하는 편지를 쓰게 하고 외출금지명령을 내린다.
리차드는 절망에 빠져 형의 친구 윈트를 따라 처음으로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벨(Bell)이라는 여자로부터 성적인 유혹을 받는다.
술에 만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차드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만
한 외판원의 등장으로 싸움에 휘말린다.
집으로 도망쳐 온 그는 부모에게 자신이 난잡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뮤리엘이 보낸 절교편지가 그녀의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리처드는
밤에 부모들 몰래 뮤리엘과 만나 미래를 약속한다.
리처드는 야단맞을 각오로 귀가하는데 냇은 그를 부드럽게 타이르며
부자간의 속 깊은 얘기를 나눈다.
리처드를 오해한 데이비드가 사과를 하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면서
이 극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1933년 10월 브로드웨이의 길드 극장에서 초연되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전국 각지에서 순회 상연되었다. 1935년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작품은 또 <날 데려가 줘>(Take Me Along)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각색되어 브로드웨이에서 1959년부터 무려 448회나 상연되었다. 작중의 시드 삼촌 역을 맡았던 재키 글리슨(Jackie Gleason)은 1960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원작 <아, 윌더니스!>는 현재도 미국과 영국의 몇몇 극장에서 꾸준히 상연되고 있다. 문학사적으로 꽤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품은 미국 소도시 중류 가정이 1906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겪는 소동을 통해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인공인 리처드가 여자 친구 아버지의 방해로 사랑을 의심하고 잠시 방황하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재확인한다는 것이 중심 이야기다. 그것으로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친고모인 노처녀 릴리와 그의 외삼촌인 노총각 시드 사이에서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잠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가 다시 절망으로 빠지는 것은 유진 오닐 특유의 비극적 요소라 하겠다.
작품의 제목 아, 황야여! (Wilderness)에 대해서도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작품에는 11세기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Omar Khayyám, 1040-1123)의 유명한 시집 루바이야트(Rubaiyat)에서 시 한 수가 인용된다.
A Book of Verses underneath the Bough,
A Jug of Wine, A Loaf of Bread 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Ah, Wilderness is Paradise enow (에드워드 피츠제럴드(Edward FitzGerald) 영역본)
나뭇가지 아래 시집 한 권,
포도주 한 병, 빵 한 조각, 그리고 당신
이 황야에서 날 위해 노래 부르네
아, 황야도 이만하면 낙원이라 하겠네.
이 시를 보면 작품의 제목을 어디서 따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작품에서는 앞의 세 줄만 인용되고 마지막 줄은 생략되어 있다. 유진 오닐식의 익살일까?
"젊음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분노하며 돌아본 작가 오닐과 달리, 17세의 리처드 밀러는 7월 4일 더운 여름 별장에서 일어나 15세의 소녀, 책, 자연 세계, 그리고 인생 그 자체와 사랑에 빠진다. 리처드는 자신이 세속적이고 세련되었다고 상상하지만 성실하고 순수하다. 스윈번과 와일드의 과장된 사랑의 시를 내뱉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냉소주의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를 구하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차있지만, 그는 현실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우리가 감히 상상했던 모든 것을 냉혹하고 비열해진 세계에 맞추기 전에, 사후 판단의 장점을 가진 조숙한 젊은 자신을 많은 사람에게 상기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연극의 가장자리에는 종종 "밤으로의 긴 여로"의 부정적인 면을 닮은 그런 어둠이 많다. 리처드의 삼촌 시드는 파티의 활력소이자 술주정뱅이이며, 그로 인해 그와 그의 한때 약혼자였던 리처드의 이모 릴리는 16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결혼하지 않은 것이다. 리처드는 매춘부와 잠깐 놀아나는 바람에 그가 지지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소심한 바텐더와 영혼 없는 세일즈맨과 관련된 냉담한 거래가 된다. 그리고 리처드의 큰 아이디어는 그가 사랑하는 아버지로부터 그의 친형까지 확장되는 소심한 지방주의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아, 황야여!"는 오닐의 첫 코미디답게 기대에 부응한다. 리처드의 부모와 그들의 네 자녀에 대한 똑같이 분명한 사랑이 모두를 감싼다. 아무리 감상적이어도 이 연극을 통해 발산되는 사랑은 거부할 수 없다. 10대 연인인 리처드와 뮤리엘의 마지막 장면에서, 둘 모두 서로를 사랑하기보다는 삶 자체에 더 심취한다. 비록 그들이 사랑을 맹세하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그리고 삶이 산문보다는 시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확신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젊음의 애틋한 향수로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준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로마 페드레로 '밤의 눈' (1) | 2021.08.26 |
---|---|
팔로마 페드레로 '성난 눈빛의 강아지들' (1) | 2021.08.25 |
플로리앙 젤레르 '어머니' (1) | 2021.08.05 |
플로리앙 젤레르 '아버지' (1) | 2021.08.04 |
테네시 윌리암스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 (1) | 202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