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는 2천44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의 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희곡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Oedipus the King)'은 기원전 5세기 디오니소스축제의 비극 경연대회에 출품돼 아테네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비극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던 작품이다.
테베의 왕 라이우스는 왕비 요카스타가 낳은 아들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죽이고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두려워 시종에게 그를 죽이도록 명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우여곡절 끝에 이웃나라 코린트 왕의 양자가 되어 그를 아버지라 믿고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신탁을 받고 방랑길에 올라 우연한 다툼 끝에 어떤 노인과 그의 하인들을 죽이게 되는데…
운명의 힘에 의해 파멸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김민정의 각색에 의해 오늘날 보통 인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대사 하나하나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갖는다.
각색을 맡은 김민정 작가는 “고전 각색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예요. 원작에는 코러스와 노래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현대에서는 이를 ‘시민’으로 대체했죠. 때문에 권력에 의해 다스려지는 대중의 모습을 세심하게 고민해야 했어요. 한 권력자에 의해 쉽게 감정이 끌어 올랐다가 식어버리기도 하는, 또 그 과정 속에서 진보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 대중의 모습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고민했죠. 시민들의 역할이 매우 큰 작품이에요. 우리시대 ‘대중’의 모습과도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관객들은 여기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처음 ‘오이디푸스’의 각색을 의뢰 받은 후 마치 제가 오이디푸스가 된 것 같았죠. 그가 신탁을 받은 후 갈림길에 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했다면 각색자인 저도 이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 세 갈래 길에 서있는 듯 했거든요. 정말 막막했어요. 결국 답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느끼는 거예요. 관객들이 작품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주인공들의 감정 선을 따라가고자 집중했어요. 각색은 명작(名作)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에 조율과정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에요.”
2,500년 전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21세기 현대 관객들이 그들의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그녀는 시대의 가교 역할을 맡은 것이다. 수천 년 전의 고전작품이 현대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작품의 탄탄한 힘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현실의 제반 상황을 짚어 본다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각색자가 없었다면 이들 작품이 그토록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각색이라는 작업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작품을 ‘올려질 무대’와 ‘보여질 시대’에 맞춰 새롭게 고쳐 쓰는 과정을 의미한다. 일부 사람들은 각색을 이미 쓰여진 작품을 다시 한 번 매만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다소 쉬운 작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미 완성된 옷을 입은 작품이기에 다른 옷을 입히는 게 더 어려운 것이 바로 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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