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도로시 레인 '해피엔드'

clint 2021. 2. 6. 13:07

 

 

 

극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체는 갱단과 구세군이다. 갱단은 신을 믿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구세군을 비웃는 무신주의자들의 집합이다. 무신주의자라는 그럴싸한 표현보다는 여자, , 명예 이외에는 관심 갖는 분야가 없는, 순도 100% 건달들이라는 설명이 적절할 듯하다. 반면, 구세군은 그들의 정 반대편에 서 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침과 동시에 주먹 꼭 쥔 손을 일사분란하게 휘두르며 포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설정 상 구세군 사람들은 흡사 수도원 사람들처럼 묘사된다. 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사람들과, 수도원 사람들 이상으로 강력한 믿음으로 신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갈등이 형성된다.

 

 

 

 

이 대립각이 무너지는 곳에 주인공 번개와 주영원이 있다. 갱단에서 제일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반항기질이 심해 보스에게 낙인찍힌 번개. 그리고 구세군 내에서 최고의 포교 실력과 미모를 자랑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쫓겨나는 주영원. 이 둘의 만남으로 갱단과 구세군의 대치는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이 과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또한 번개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지만 보스에게 찍힌 2인자라는 설정은 - 사실 보스의 눈 밖에 난 것조차- 식상하기 그지없는 설정이다. '아차'하는 순간에 굴러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님의 어린양 캐릭터를 고수하는 주영원 또한 식상한 것은 매한가지이 식상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의 단점이자 매력이다. 캐릭터들은 식상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는 반전 역시 사실적이지는 않되, 어색하지는 않다. 상상해 보컨대 '논리적인 전개과정이다'라고 불렸을 법한 반전 아닌 결론은 오히려 더 어색했을 것이다. '해피엔드'의 결말은 뿌듯하다. 사람들이 꿈꿨을 법한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토록 꿈꿨을 행복한 마침표 찍기에 '해피엔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구세군이라는 종교집단과 갱단이라는 폭력 집단을 통해 사회의 축소판을 형성하고 그들 간의 반목과 화해, 범죄와 회개 과정을 보여주는 극구성이나 주제의식이 브레히트의 작품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이 작품 역시 브레히트의 개작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작품 즐거리
크리스마스 3일전 갱단의 행동 대장인 번개는 우연히 자신이 경영하는 맥주홀에 전도하러 들린 구세군 주영원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사이에 갱단이 협박을 통하여 매달 돈을 뜯으려고 하던 기동찬 약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 나고 현장에서 발견된 번개의 권총 때문에 번개는 살인용의자로 체포된다. 이 일은 조직내에서의 그의 지위를 노리던 나까무라가조작한 것이다. 주영원은 처음에는 자신의 구세군 내에서의 위치 때문에 기동찬 약사가 살해된 시간에 번개와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번개의 알리바이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현장에 없었다고 거짓으로 대답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2일 전, 번개가 위급한 처지에 처한 것을 알자 그녀는 경찰에게 그 시간에 자신이 번개와 단둘이 있었다는 증언을 하고, 이 때문에 구세군에서 쫓겨난다. 주영원 덕에 풀려난 번개는 그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고.. 번개가 경찰에서 풀려난 것을 알게된 나까무라는 주영원을 찾으러 구세군에 온 번개에게 가서 총을 겨눈다. 이윽고 밖 에서 들리는 총소리와 비명 소리.. 구세군의 집회에 다시 돌아온 번개는 홀연히 뒷창문으로 사라진다. 크리스마스 하루전 갱단은 오랫동안 계획했던 은행털이를 나까무라 없이 실행한다. 모든 계획은 완벽했지만 번개는 자 신을 찾아온 주영원과의 대화 때문에 약속된 장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그 대화의 현장을 목격한 갱단의 두목 불나비는 번개의 제거를 결심한다. 불나비의 결심을 안 번개는 도망치고, 주영원은 구세군으로 가서 다시 일하려 고 하나 구세군의 반대에 부딪쳐서 옥신각신한다. 이곳에 번개가 나타나고, 자신들의 은행털이가 경찰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갱단은 번개를 쫓아 구세군의 집회에 나타난다. 이때 죽은 줄 알았던 나까무라가 등장하여 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드디어 불나비의 등장으로 번개의 처형이 임박했을 때, 기억 상실에 걸렸던 구세군의 변해도 대위는 불나비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아보게 되고 불나비는 잃었던 남편을 되찾은 기쁨으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은행을 턴 돈을 구세군에게 기증한다. 이때가 바로 크리스마스가 되는 자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영원은 번개에게 약혼을 할 것을 제안하고 번개는 이를 수락한다. 갱단들도 자신들의 범죄를 그만두기로 결의하고, 구세군에 합류. 모든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