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수상작품이다.
<역사의 제단>은 역사적 인물 윤봉길을 현재로 소환하는 서사극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독립투사로서의 윤봉길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그의 역사적 의미를 탐색하려고 한 작품이다.
작가의 글
저는 매헌 윤봉길 이야기에 ‘역사의 제단’ 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역사극은 역사에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인간 실체를 이야기를 하는 극이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수백 년 전 있었던 사실 또한 현재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인간사회가 생각해낸 일들의 속성이라는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복잡한 현재 상황에서 복잡한 요소들을 배제하여 초점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역사는 주변국과의 복잡한 국제정세, 이해관계 아래 여러 방면으로 왜곡되고 있습니다. 왜곡 방법도 다양한 수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국제 정세의 목적은 그 복잡함에 비해 매우 단순합니다. 국익을 우선하는데, 그 노골적인 최종은 전쟁으로 인한 약탈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읽고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있는 그대로 읽혀지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공식 명칭인 6·25 전쟁은 북한에서는 조선전쟁, 조국 해방전쟁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항미 원조전쟁, 일본에서는 조선동란으로 부르는 등, 저마다의 입장과 시각 아래 그 영칭을 달리합니다. 각국의 입장뿐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역사에서도 기본적인 사실들에조차 확실한 접근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역사적 당시 시공간의 경쟁적 이념들의 대립양상 또한 매우 복잡합니다. 사회적인, 정치적인, 문화적인 여러 문제들의 대립 관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관계망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을 확인을 넘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 해석의 문제가 때로 역사 왜곡의 수법으로 악용됩니다.
지방에 위치한 연극공연 단체로부터 희곡을 의뢰 받는 경우, 소재가 특정될 때가 있습니다. 지역 콘만츠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역사극, 또는 위인전이 그것입니다, 그 중 위인전이 희곡으로 가치를 갖기는 어려운 면들이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의 삶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하는 위인전의 기능 때문입니다. 위대한 인물의 삶.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런 인물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독자나 관객에게 ‘위대한’ 이라는 일방적인 시각을 강요하므로, 나는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상대적 박탈감, 패배의식을 자극하기 쉽습니다. 이 같은 결점을 안고 희곡 〈역사의 제단〉을 창작한 것은 창작 준비기간 동안 접한 새로운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헌 윤봉길은 그가 사용하지 않은 호였고 이름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붙여 사용한 호는 ‘남산’이었고, 그의 이름 역시 봉길이 아닌 ‘윤우의’ 였습니다. 명칭마저 왜곡된 인물, 윤우의. 이 왜곡 역시 확인할 수 없으나 또 다른 역사왜곡의 한 방편이었는지 모릅니다. 그가 최종까지 경험한 가슴 아픈 일에 대해 최소한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국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역사적 의미를 담은 행사들이 줄지어 행해지고, 몇 해 전부터 친일정산이라는 대주제 아래 많은 국가적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활동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과장도 있을 것입니다. 해석의 문제라며 궤변도, 이에 대항하는 언행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기록을 무대화 하여 연극제에서 갈채를 받은 것은 부끄럽고 과분한 일입니다만, 최소한의 기준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우리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역사극에 있어 역사성와 문학성이라는 가치 이전에 사실을 사실답게 기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우리 현실. 윤우의라는 인물이 역사의 제물이 되기를 자청했던 뼈아픈 사실. 이 두 가지에 대한 통한이 낡고 고루한 표현이라 할 ‘역사의 제단’을 제목으로 삼기에 주저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진부한 단어에 담긴 진정한 무게를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이에 구실할 수 있는 지면이 할애 된 것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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