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 두 마리>는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연출가 멍징후이(孟京輝)의 2007년 작품으로, 개 두 마리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복잡한 인간사회를 통쾌하게 풍자한 희극이다. 떠돌이 개 두 마리는 부푼 꿈을 안고 시골에서 상경하지만, 인간 세상의 온갖 백태는 이들에게 낯설다. 인간의 도시에서 떠돌이 개 두 마리는 타자일 뿐이다. 이들의 경험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을 차릴 틈이 없다. 때로는 얄밉고, 때로는 못된 짓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럭키와 리치는 과연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삶은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며, 도시에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 하나를 보기 좋게 비웃는다.
작품은 두 마리 개의 만남부터 길거리 예인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야기, 돈 많은 사람의 애완견으로 입양되어 부를 누리다가 감옥에 가게 되어 겪는 이야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지만 탈락하고, 경비원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 강도가 되었다가 결국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이야기 등 총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에피소드는 정거장식 구성으로 연결된다.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단순한 시 구절 ‘파란 하늘, 넓은 땅, 흰 구름, 풀 잎사귀 ’는 이들이 여정 중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하나의 세계를 떠나 곧 또 다른 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임을 알린다. 동시에 이 시는 고향의 기억이자 이들의 정체성이며,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또 살아가는 동력이다. 이 순간만큼은 몸에 맞지 않는 인간사회의 옷을 입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유랑하는 떠돌이 개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작품에 선하고 도덕적인 인물은 없다. 연인은 불륜관계이며, 의사들은 환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감옥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은행강도가 되려는 사람은 너무 많아 줄을 서야 한다. 굶주림에 쓰러지는 순간조차도 개미들은 죽음을 기다려주지 않고 살을 뜯어먹기 바쁘다. 물론 두 마리 개 또한 결코 선하거나 도덕적인 인물은 아니다. 꾀가 많은 형님 개 럭키는 엄마의 편지를 굳게 믿는 동생 개 리치를 속여 이용할 궁리만 가득하다. 동생 개 리치는 세상물정 모르고 순종적이지만 이 순종적 면모 때문에 때로는 각박한 세상 이치에 누구보다 빨리 순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럭키는 꾀를 쓰는 것에 비해 실속이 없고, 그보다 몇 수 위인 세상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고, 리치는 냉정한 생존법칙에 무섭게 적응하다가도 엄마의 편지만 나오면 무장해제가 되어버린다. 이들은 때로는 얄맙고, 때로는 못된 짓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드리히 횔덜린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1) | 2020.11.05 |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1) | 2020.11.01 |
위룽쥔 '손님' (1) | 2020.10.29 |
궈스싱 '바둑 인간' (1) | 2020.10.22 |
쉬잉(徐瑛) '로비스트' (1) | 2020.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