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땅에 사는 옹고집은 심술 사납고 인색하며 불효한 인간으로서, 거지나 중이 오면 때려서 쫓아내기 일쑤였다. 이를 보다 못한 개골산 극락암자의 영불화상이라는 도승이 옹생원의 소문을 듣고 옹생원 집에 도착하여 옹생원의 관상을 보게 된다. 도승이 옹생원의 관상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자 옹생원은 도승을 매를 쳐서 보내게 된다. 절로 돌아온 도승은 짚으로 진짜 옹생원과 똑같은 가짜 옹생원을 만들어 옹생원의 집에 가서 진짜와 가짜를 다투게 하였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고자 관가에 송사까지 하였으나 진짜 옹생원이 도리어 져서 집에서 쫓겨나고 처지를 비관하여 죽으려 하는데 짚옹생원이 사환을 시켜 그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한 후, 개과천선을 권한 후에 다시 짚이 된다. (원전)
원전에 대해 작가 오진희는 가짜가 진짜를 죽이는 것으로 설정하여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그래서 제목이 ‘옹고집살인사건‘이다.
여기에 고전의 현실화. 현실의 익숙함이다.
오진희는 그 익숙함을 비틀어 틈을 만든다.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했던 것들이 조금씩 엇나가는데서 생기는 틈이다.
미세한 틈은 처음에는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틈이 커지면 웃음은 당혹감으로 변한다.
배우들의 행동이 익숙함을 깜빡한 실수가 아니라,
익숙함 자체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의 본질이자 근원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진희가 만드는 연극적 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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