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Mr. 쉐프'

clint 2017. 5. 15. 20:09

 

 

 

한국 최고의 이탈리아 요리사인 Mr. 쉐프는 미각을 상실하고 미각을 상실한 사실을 감추고 은둔하지만 라이벌 요리사인 마르꼬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2.5개의 별점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그의 별점을 넘기 위해 다시 요리에 도전한다. 쉐프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평론가를 보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자신의 요리를 도울 보조 요리사로 이탈리아 명문 요리학교 출신의 이윤아를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차근호 작가의 작품엔 아버지, 앞 세대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자주 눈에 띈다. 섬뜩하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건 사실 애정이기도 하다. 사랑하니까 찌르는 거다. ‘미스터 쉐프에서도 그 논조는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 쉐프, 요리사 선생과 그를 찾아 온 젊은 여 제자 - 그들의 시간을 지켜봄에 따라 우린 갈등과 화해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작품은 블랙코미디로 재미와 감동을 준다 

 

 

 

 

 

‘Mr 쉐프와 같은 <까발로 모시아노> 요리학교 출신의 윤아는 평소 존경했던 ‘Mr 쉐프의 보조 요리사가 되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온다. '윤아'는 독설가인데다 까칠하고 자신 밖에 모르는 ‘Mr. 쉐프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고 보조 요리사가 된다. 보조 요리사가 되기 위해 지렁이, 개똥 등을 섞은 칵테일을 마시고, 치마를 들어올리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는 등의 통과의례를 과연 누가 치를까 싶지만,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주방이고 요리사의 세계. 내가 최고이고, 내가 하는 방식이 옳은 것이라는 신념이 없으면 천차만별인 사람들의 입맛에서 요리사의 요리는 정체성을 상실하기 일쑤이기 때문. 그래서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고참 요리사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신참 요리사의 대립으로 주방은 늘 전쟁터다. 따라서 윤아‘Mr. 쉐프의 주방도 역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무엇이든 정확한 계량과 레서피 대로만 요리하는 'Mr. 쉐프'와 레서피와 계량기 없이 느낌대로 요리하는 윤아이 두 사람이 펼치는 대결이 이 2인극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조리복을 착용할 때 마치 외과의처럼 입고, 요리를 할 때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요리를 한다.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데 배우들은 어쩌면 그렇게 웃지도 않고 능청스럽게 눈알을 부라리며 연기를 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윤아가 성희롱과 갖은 모욕에도 불구하고 Mr. 쉐프의 보조 요리사가 된 것은 바로 복수 때문이었다. Mr. 쉐프가 요리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었던 당시 내렸던 혹독한 평으로 인해 윤아의 아빠가 경영하던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레스토랑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고 아빠는 폐인이 되었기 때문. 따라서 윤아Mr. 쉐프의 미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그는 미각을 상실한 요리사이며 그의 평가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Mr. 쉐프의 레스토랑을 찾은 것이다.

 

 

 

 

 

세상에 정말 절대 미각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는 마스터쉐프 코리아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참 요리사들과 가수가 되기를 원하는 지원자들을 심사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한 것일까? 는 의문이다. 또한 그런 평가에 의해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면은 담아내지 못하는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은 과연 얼마나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인 것일까?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평가를 바란다는 뜻 아닌가? 요리의 경우, TV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인정된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기를 얻기 위해서 더 독설을 날리고, 프로그램의 캐릭터 구축을 위해 악역을 일부러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독설가가 인기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은 그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적다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는 타인을 평가할 때 스스로의 판단보다 좋게 말해주는 것에 익숙하고, 대책 없는 희망을 주는 것이 현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솔직한 생각과 표현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Mr. 쉐프의 경우처럼 미각을 잃었음에도 그것을 숨기고 타인의 음식을 평가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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