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백 '님을 찾는 하늘소리'

clint 2017. 2. 8. 12:49

 

 

 

 

 

 

신라와 가야는 같은 핏줄과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면서도 적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편 가야의 가람왕자는 전쟁의 무상함을 고민하다 화평을 바라며 신라의 진흥왕을 만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다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다.
왕자를 잃은 가실왕은 주위의 무력대결을 물리치고 우륵을 음악선생으로 모시는 등 문민정책을 펴 나간다. 진흥왕은 왕자의 죽음으로 끝없는 전쟁을 예상했으나 전쟁준비는커녕 오히려 가야금을 널리 보급하고 음악을 장려하는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진흥왕은 삼국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무력으로 가야를 점령해야 한다는 강경론에 밀려 가야를 침공하고, 가실왕은 일부 주위의 강경론에 "무력은 일시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지만 영원한 승리를 얻을 수 없다"는 반론으로 가야를 신라에게 넘겨준다. 대신 가실왕은 가야금과 음악의 장려를 부탁하고는 광대차림으로 먼길을 떠난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드라마<님을 찾는 하늘소리>(이강백 극본, 김효경 연출)는 무대전환의 템포도 빠르고 뮤지컬 드라마의 음률이나 대사전달 효과도 뛰어났다. 특히 엷은 천의 박사(薄紗) 커튼 너머 단계식 입체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인물들의 원근법 배치는 아주 극적 현실감을 더해 줬다. 유치진 원작<가야금>을 개작한 이 작품은 신라의 무력 압박 속에서 우륵의 음악에 모든 것을 건 가야의 비사(秘史)를 다루고 있다. 역사가 증언하듯 가야는 망했고 가야금만은 남았다. 그 강대하던 신라도 없어졌다. 그러나 2천 년을 넘어 음악은 살아 남았다. 부드러움이 강자를 이겨냈다는 이 메시지는 문민정부의 탄생에 때를 맞추는 ‘전쟁과 평화’의 대비를 형상화했고, 비슷한 민족상잔의 현대적 상황 속에서 전력강화에만 힘쓰는 남북당사자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비판의식 내지는 남녘의 국민의식을 대변하는 대 북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할 것이다.
원작이 다분히 망국의 감상주의를 반영하고 우륵과 제자가 여성 취향 멜로 성향이 진한데 비하면, 이강백의 극본은 초점을 예술(음악-가야금) 자체로 돌리고 무기와 악기라는 대비를 통해 문민시대의 출범을 앞둔 시대감각의 차이를 드러낸다. 신라의 무기와 가야의 악기라는 대비는 그렇게 하여 보편적인 문제로 부각된다. 단순히 일국의 흥망성쇠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이 역사적 사실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겨내는 교훈으로 새롭게 해석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런 쭈뼛거림은<님을 찾는 하늘소리>에서도 나타난다. 감정과 이념상의 갭이 1부의 유연한 흐름에 비해 2부에서는 작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2부에서는 과시용 장면들이 많아짐으로써 1부의 빠른 템포에서 조성된 뮤지컬 드라마의 경쾌함이 정체되는 인상이다. 그것은 어쩌면 진흥왕과 가야의 가실왕, 그리고 우륵과 수제자 사이의 정치적·인간적 관계가 확정되지 못하고 특히 가림왕자의 사인(死因)이 분명치 않은 데서 생기는 회의의 연장선상에서 드라마가 진행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상일, 연극평론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태석 '섬기는사람,받는사람 '  (1) 2017.02.08
오태석 '이식수술'  (1) 2017.02.08
윤대성 '농촌봉사대 '  (1) 2017.02.08
오태영 '0 의 도시'  (1) 2017.02.08
오태영 '임금알'  (1) 2017.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