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상범 '후산부, 동구씨'

clint 2017. 1. 18. 21:17

 

 

 

 

 

작가 이상범의 글

연극 후산부, 동구씨1988년 올림픽으로 뜨거웠던 대한민국 충청도에 있는 가상의 공간인 희락탄광을 무대로 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실제 탄광 붕괴 사고가 있었다. 1967년 구봉광산이 붕괴되어 16일 만에 광부 1명이 구조되었으며, 1982년 태백탄광이 붕괴되어 15일 만에 광부 4명이 구조되었다. 이 사건들을 참고하여 창작한 후산부, 동구씨는 구조의 순간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 구조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안타까운 막장의 광부들, 그 희망의 연극적 기록이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을 관통하는 교훈을 주거나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광부들을 동정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이 무대 위에 올라가고 그것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신나게 즐기고 웃었던 웃음 뒤에 찾아오는 순간의 의미를 느끼며 한 번쯤 우리가 사는 세상, 그 안에 속해 있는 것이 나인지 아니면 내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후산부라는 뜻은 작품에도 나와 있듯이 일이 서툴고 미숙한 사람을 이르는 탄광에서 사용되던 용어이다. 이 땅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후산부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상범은 현재 29세의 세종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신진 작가다.

 

 

 

 

 

탄광 붕괴사건을 다룬 희곡으로는 조 코리의 <탄갱부>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 윤대성의 <출세기> 등이 있다. 연출가 이효영이 중동고 영어선생으로 재직시절 조 코리의 <탄갱부>를 연출한 이후 <탄갱부>는 고교생들의 공연필수작품이 되었고,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은 탄광 막장에 갇힌 다섯 광부가 삶과 죽음을 오가면서 가족, 연인, 일 등 세상의 온갖 인연과 죽음에 대 한 공포를 극복 하려는 인간 본래의 모습, 승화된 모습을 처절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조병 특유의 시적인 표현들과 임경식의 감각 있는 연출 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윤대성의 출세기는 19678월과 9월에 걸쳐 온통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부 매몰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화제의 광부 양창선은 충남 청양군 사양면에 있는 구봉금광의 무너진 굴속에서 16일 동안이나 견디어낸 끝에 구출되어 언론에서 큰 화제 거리로 삼았던 인물이다. <출세기>는 바로 이 양창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을 투시해 보려는 의도를 지닌 작품이다.

 

 

 

 

 

이상범의 <후산부 동구씨>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중에 공주부근의 한 탄광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많은 광부들이 매몰된다. 수많은 광부가 죽고, 갱도 막장에 갇힌 4인의 광부가 보름이상을 구조되기를 기다렸으나, 광산회사측은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끝나 언론과 방송매체의 관심이 탄광 붕괴사고에 집중되기를 기다린 후, 관계당국의 지원이 확실시 된 후에야 구조를 시작해 4인의 광부 중 3인은 죽고, 홀로 남은 막내광부인 동구 씨만을 구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광부 각 개인의 신상과 가족상태가 소개가 되고, 막내로 들어온 광부에게는 후산부라는 호칭이 붙는다는 내용이 희극적으로 전개된다. 막내는 반장의 딸과 연애관계에 있음도 알려진다. 돌연 붕괴사고가 일어나고, 광구는 매몰된다. 사측에서는 막장 갱도에 연결된 통신선으로 4인의 광부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정작 구조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부들에게는 곧 구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 해 안심을 시키지만, 사측은 어떠한 동향도 보이지를 않고 올림픽이 끝나 탄광 붕괴사고에 여론이 집중되기만을 기다린다. 광부 중 한명은 심한 진폐증으로 당장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 정도인데다가 음식물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지만, 사측은 고의로 가스관까지 폭발 시키면서도 여론의 향방만을 기다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여론의 집중과 당국의 지원이 확실해 진후에야 구조를 시작한 사측은 결국 3인의 광부는 죽은 다음 유일한 생존자인 <후산부 동구씨> 만을 구해 내게 된다대단원은 동구 씨가 사측의 지시에 따라 실제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