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연민 '명예로울지도 몰라, 퇴직'

clint 2017. 1. 10. 17:54

2017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무대는 중앙에 긴 탁자가 하나 객석 가까이에 가로 놓여있고 의자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연극 중간에 폐지를 수집해 생활하는 인물이 카터 카를 끌고 지나가면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부르는 러시아 민요이자,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 ‘백학(Cranes)’-전우에게 바치는 노래‘가 효과음악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한 회사의 구조조정을 앞에 두고, 과장과 대리 그리고 인턴이 퇴직과 관련해 서로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열거한 작품이다. 먼저 도입에 이십대의 인턴이 등장하고, 다음이 30대의 대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40대의 과장이 등장해 탁자에 나란히 앉아 구조조정에 대비해 각자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밝힌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자신은 조정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상대가 바로 그 대상으로 퇴직을 하게 되리라며 그 이유를 들어 공격하는 모습이 희극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어 회사를 그만 둘 경우에 폐지 줍는 실직자로 설정되어 카터 카에 빈 박스와 휴지를 잔뜩 싣고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 비장 침울한 노래와 함께 연출된다. 세 사람이 각자 자신은 대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구조조정의 결과와 명예퇴직을 할 경우를 상상하며 끝없이 기다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당선소감 -김연민 / “불확실한 미래,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는 계기로

 

막연히 신춘문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당선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긴 하는군요. 당선되면 한없이 기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기분이 이상합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돌이켜보면 극작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희곡 쓰기에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응원과 조언을 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용기를 내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글을 쓰고 연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김재엽 연출님과 극단 드림플레이, 극작에 있어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김낙형 연출님과 이해제 연출님, 희곡이 완성되면 늘 함께 읽어주는 동료, 마지막으로 언제나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족함이 많은 작품에 기회를 주신 경상일보 심사위원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스스로 흔들리던 시기였습니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더 고민하고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힘내서 열심히 작품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1983년 경기 안산 출생

-극단 드림플레이, 스토리 포레스트 연출

-2011년 안산 창작희곡 공모 수상

-2016년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 연출상 수상

-연극 이카이노 이야기’ ‘쯔루하시 세자매’ ‘종로 갈매기등 연출

 

 

 

 

심사평-김삼일 / “리듬과 템포가 적절하게 녹아든 극적 구성 돋보여

 

예심을 통과하고 본심에 올라온 희곡은 명예로울지도 몰라 퇴직’ ‘’ ‘97% 칼슘으로 남다’ ‘언어의 시간’ ‘담배를 피우는 사이’ ‘족욕실’ ‘물처럼 산소처럼’ ‘면도날 위에 앉은 새’ ‘귀하신 몸9편이었다. 9편 모두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라 당선작을 가려내는데 땀을 흘렸다. 대사도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극적 구성도 치밀하게 한 흔적들이 보였다.

다만 희곡은 읽기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올렸을 때 관객들에게 어떻게 에너지가 전달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었을 때 더 좋은 희곡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최종 명예로울지도 몰라 퇴직두 편을 가지고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극적 구성이나 갈등구조, 대사의 응축미가 잘 나타났는데 은 인간의 죽음과 삶을 소재로 택해 이색적인 극적 구성으로 전개했으나 암전이 너무 잦아 연극의 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명예로울지도 몰라 퇴직은 단 3명의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간결하고 적절한 호흡을 계산한 함축된 대사와 신체적 동작을 유발시키는 순간적 리듬과 템포가 적절하게 녹아있는 극적 구성이 좋았다. 소재도 명예퇴직이라는 절박한 순간을 긴장과 웃음, 진실된 과장의 기법으로 구성해 무대에 올렸을 때 관객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적셔 줄 것으로 기대돼 당선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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