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공지영 '고등어'

clint 2016. 10. 31. 19:23

 

이 작품의 이야기는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러나 <고등어>는 단순한 사랑 얘기가 아닌 대학시절을 80년대에 보낸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명우는 은림이라는 옛 사랑을 못 잊은 채 연숙이라는 같이 공장에서 일하던 여자와 결혼을 하여 명지라는 딸을 둔 채 이혼을 하고 작가로 전락하여 혼자 오피스텔에서 살아가는 상태이고, 은림이는 건섭이라는 같이 일하던 남자와 결혼하여 남자가 감옥에 가고 피붙이도 하나 없고 세상 의지할 곳 없이 혼자 남겨진 채로 폐결핵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여자이다. 명우는 여동생의 후배 문여경이라는 여자와 교제 중에 연락도 없이 불현듯 소식을 끊고 지냈던 은림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옛 상념을 돌이켜 자신이 은림이를 못 잊어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과거가 아닌 막상 다가온 현실 앞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하며, 고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은림이 역시 명우의 아이를 뱃속에 임신하고 노동운동에 아기를 사산하면서까지, 건섭과 결혼하면서 까지도 자신이 명우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했기에 또다시 명우 앞에 나타난 것이었고, 명우의 명지라는 딸 이름에 자신의 이름 중 자를 넣어서 영원히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랬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결국 폐결핵을 앓고 죽음만을 기다리게 되는 상황이 되지만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명우 옆에서 죽는다.

 

푸르름…… 자유를 색에 비유한다면 이 파란 색일 것이다. 등이 푸른 자유를 가진 고등어는 작중 노은림을 나타내며 노은림은 사랑으로부터 오는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고 결국은 시장바닥에서 누워 있는 간고등어처럼 죽어 간다. 사랑이란 걸 알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넓은 바다를 헤엄쳐 간 노은림... 떠나 간 사랑에 대해 자기 이름이라도 딸에게 남겨 주기를 바랬던 그녀…… 그래도 지나간 사랑을 다시 돌이키고 돌아 온 그녀는 바로 등이 푸른 자유일 것이다.

 

 

 

 

작품은 한국현대사에서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젊음의 특권을 역사와 민족에 바친 시간. 작가는 비단 그 시간을 몸으로 겪었던 세대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무언가에 젊음을 강렬하게 태워보았던 청춘들에게 혹은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아직까지 방황하고 있는 과도기의 영혼들에게 강렬한 향수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당신 혼자만의 방황이 아니라는 혹은 당신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고등어의 문장들은 그렇게 시간을 넘어, 현재의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등 푸른 고등어 그림을 달고 출판된 작가 공지영의 공전의 화제작. 이른바 '386 세대'에 대한 반성의 한 관점을 제공하면서 94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70여만 부가 넘게 팔려 작가 공지영을 90년대 대표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문제작이다고등어는 불의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른 동세대 젊은이들의 꿈과 슬픔을 노은림과 김명우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후 공지영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 작품이다. 집단의 이상 아래 개인의 꿈을 희생해야 했던 시대. 개인의 행복과 괴리되는 집단의 선()을 부여잡고 힘겨워하다 천상으로 떠난 노은림의 삶은 이른바 '386 세대'에 대한 반성의 한 관점을 제공한다. 고등어에는 7080년대 선배 작가들이 개척해놓은 한국 문학의 정통성을 진지하게 계승하면서 모순투성이의 현실 사회에 서슬 퍼런 붓끝을 겨눠왔던 공지영의 소설 문법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았으니까" 이 책을 집필한 작가의 말처럼 아직은 예전의 자신을 다 버리지 않은 영혼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송가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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