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은 1925년에 창작된 것으로 신월서점(新月書店)이 1935년에 출판한 《서림단막극》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의<서언>에서 말하기를, 이 작품은 자기의 불쌍한 북경의 한 친구를 위해 쓴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친구는 가족도 없고 세 들어 살 방도 없이 어렵게 살다가 마침내는 또 전염병에 걸려 죽었던 것이다. 바로 그 죽은 친구를 기리기 위해<압박>을 썼다 하였다.
<압박>에는 강한 사회적 의의가 담겨있다. 작자는 작품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현상을 풍자하고 비판하며, 봉건사상을 비난하고 폭로하려는 의도를 잘 표현하였고, 압박에 반항하려는 젊은이들의 지혜와 용기를 찬미하고 있다. 재치가 넘치는 언어와 생동적인 희극성이 잘 표현되어 있어 홍심(洪深)은 당시 이 작품을 ''희극(喜劇) 중 가장 걸출한 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작가 서문 -유숙화를 기념하여-
숙화에게
이 짧은 극을 자네에게 바치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그 사랑스런 성격은 자네를 암시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는 자네로 인해서 엮어지게 되었다네. 작년 겨울 - 아마 자네도 기억하겠지만 - 자네가 우리를 떠나 스스로 다른 방을 하나 구해 살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어느 날 밤 우리는 화롯불 옆에 앉아 불을 쬐며 이런 일을 이야기했었지. 우리는 농담으로 자네가 만일 결혼을 안 하면 분명히 방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 했었지. 왜냐하면 북경에서 방을 구하려면 첫째 보증인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했기 때문이었지. 그때 나는 이 제목이 아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네를 위해 짤막한 극을 한편 써야하겠다고 말했었지. 그러고 나서 일 년 넘게 시간이 지나버렸네. 올해도 몇 번이고 이 극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네. 이제 이 극본을 억지로라도 탈고를 하게 된 셈인데 자네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말았네! 이전에 내가 쓴 몇 편의 습작들 모두 자네가 먼저 훑어보고 난 후에 발표를 했었지. 이 작품은 특별히 자네를 위해 쓴 것인데, 오히려 자네의 비평을 들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이는 너무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
짤막한 이 극본은 그저 환상일 뿐이네. "문제”도 없고, "교훈”도 없다네. 그러나 자네의 죽음으로 인해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네. 자네가 어떻게 죽어갔는지 자네는 아는가? 자네의 병은 유행병이었다네. 자네는 파리가 물어뜯어서 죽게 되었다네. 파리가 어찌 사람을 물어뜯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네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자네 친구들이 늘 찾아가 문병을 할 때면 자네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자네 몸에는 물론이고 자네가 마시던 우유 잔 위에는 자네를 위해 때려잡은 파리가 수없이 늘려 있었지. 간호해줄 사람도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해있던 자네를 파리가 물어뜯어 죽였다고 말한다 해도 그렇게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 것일세.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네. 자네가 진짜 방을 구할 때 만일 극 속의 주인공처럼 동정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 자네와 '‘연합을 하여” 유산계급의 압박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압박과 기만에 대해 저항을 할 수만 있었다면 분명 자네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말일세. 자네는 아주 해학이 넘쳤던 사람이었기에, 내가 이런 희극(喜劇)으로 이미 죽어버린 친구 자네를 기린다는 것에 원망은 하지 않겠지. 나는 원래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잖은가?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이 극본을 다 쓰고 자네를 생각하니 그저 처량함과 비애가 주체할 수 없도록 가슴속을 엄습해 온다네. ... 서림 1925년 12월 7일
작가소개
정서림(1893〜1974)은 원명이 정명철(丁明哲), 정각선(覺先)이다. 필명으로 각선(覺先) 백정(白丁), 홍호(洪湖) 등을 썼다. 호북(湖北) 홍호(洪湖) 사람이다. 1942년에 남경에서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같은 해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47년 후 호목(胡牧) 등과 《평민시가총간》 《시주류총간》, 《시행열총간》등을 출판하였다. 해방 후 남경의 청년 문예 공작자 협회 상무이사를 지냈으며 《문예학습》편집장, 《시간》 편집부 주임, 중국 당대 문학 연구회 이사. 《시 탐색(詩探索)》부 편집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소환)》, 《재해지역의 작은 이야기》, 《농촌에서 도시로 불려옴》, 《큰 붉은 꽃》, 《부수집》등이 있고 서사 장편시<구한>,<빛나는 날>,<북경의 아침>등이 있다. 또 문학평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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