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사이토 렌 '그레이 크리스마스'

clint 2016. 6. 18. 18:18

 

 

 

 

<그레이 크리스마스>1983년 테아트르 2월호의 발표와 동시에, 128일부터 25일까지 도쿄의 혼다 극장 1주년 기념공연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이때 연출을 맡은 구리야마 다미야에게는 연출가로서 본격적인 데뷔를 알리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현대의 일본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해준 패전 직후의 5년간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희극적인 드라마를 전개해가고 있다. 진지하게 역사와 대면하는 작품을 쓰고 있는 사이토의 대표작의 하나이다.

1945815, 쇼와 천황의 패전선언과 함께 시작된, 혼란이 극에 달한 그해 겨울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겨울까지, () 화족의 별채에서 매년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희극적으로, 그러나 본인들에게는 지극히 심각한 일들이 전개된다.

그레이 크리스마스란 지저분하게 더럽혀진 모든 것을 덮어주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 눈이 없는 아름답지 못한 크리스마스를 의미하면서, 한편으로 패전 이후의 일본의 애매한 모습에 대해 '그래이(회색)'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

패전 직후, 현기중이 날 만큼 변화가 많았던 5년간은, 맥아더 사령부(GHQ)의 유동적인 대일정책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간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GHQ 내부의 민정국과 정보국의 헤게모니 싸움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코트니 휘트니가 이끄는 민정국이 일본을 피플을 주체로 하는 이상적인 민주국가로 재건하려고 날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 평화헌법의 발표까지는 이끌어낸다. 그러나 월로비가 이끄는 정보국은 일본ㅇㄹ 아시아의 방파제로, 대 소()전략의 전진기지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우세였던 민정국이, 1948년 무렵부터 일본의 우익 세력과 손을 잡은 정보국에 밀려, 1949년 독립기념일에 있었던 맥아더의 일본은 공산주의 진출을 저지하는 방벽이다란 발언과 함깨, 완전히 두 손을 든다. 즉 일본이 진정한 민주주의국가가 되느냐, 반공의 재무장국가가 되느냐, 5년간이 결국은 그 이후의 일본의 진로를 결정지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토는 현대 일본의 분기점이 된 역사적인 모든 사건을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교묘하게 엮어서 묘사해내고 있다. 분명 드라마이지만, 등장인물의 대사 중에 5년간의 일본의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내용은 진지하고 어둡고 슬프지만,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연상하게 하는 수법으로 희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패전은 세상의 모든 가치관을 뒤바꿔 버린다. 그해 겨울의 크리스마스. 전 백작의 고조 가의 별채에서는 모든 가족이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고, 본채는 주둔군의 장교클럽으로 빼앗기고 일가족은 별채로 쫓겨난 것이다.

가장인 고조는 작위가 없어지고 나서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닭을 길러 달걀을 팔 생각을 해보지만, 후처인 하나코를 장교클럽의 호스티스로 일하게 하자는 동생부부의 제안에 동의하지 못한다. 패전을 인정하지 않는 하인들은 전투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조 가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동생 노리타카가 만주에서 돌아오면서 데리고 온 암거래 브로커 곤도라고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선인 남자이다.

 

 

 

한편, 여자들은 강했다. 하나코는 손아래 동서인 게이코와 함께 영어와 사교성을 무기로 호스티스로서 가계를 이끌고, 전처의 딸인 마사코는 전범으로 스가모 형무소에 수감 중인 약혼자를 면회하러 다닌다. 별채를 방문한 외국인 장교는 민정국의 일본계 2세 군인 조지 이토. 일본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를 내리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조지의 이상에, 하나코는 가슴이 설렌다. 고조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다카노리는 전범용의자로 군사법정에 소환되고, 사업가인 하나코의 오라버니 미쓰하시는 재벌해체로 일에서 손을 떼고, 사관학교 출신의 전처의 아들 고이치는 마약중독자가 되고, 마사코의 약혼자는 처형당한다. 새로운 헌법이 공포되지만, 모색과 혼란이 반복되는 사이에, 일본의 경제는 빈사상태에 이르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데모크라시는 반공정책에 밀리고, 레드 퍼지에 공직자추방 해제. 다시 톱니바퀴는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특수경기로 일본의 구세력이 부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고, 동생 노리타카는 석방되어 정계에 복귀하고, 사기당한 고조의 뒤처리를 해주고, 아들 고이치는 이제 막 창단한 경찰예비대에 입대하고, 미쓰하시는 군수산업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조지에게 마음을 빼앗긴 하나코는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GHQ의 내부 갈등에서 패한 조지는 한국전쟁에 자원하여 참전한다. 장교클럽은 다시 고조 가로 환원되고, 일가는 본채로 돌아간다. 그곳에 조지의 유품인 오르골이 도착한다.

작품은 2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토 렌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평양에서 출생한다. 본명은 아비코 렌.

1962년 와세다 대학 노문어 과를 중퇴하고, 1966俳優 양성소를 졸업한 뒤, 사토 마코토 (佐藤 信) 등과 함께, 같은 해 언더그라운드의 대표극단인 지유게키 조의 결성에 참가한다.

1967년 시라토 산페이의 만화를 극화한 빨간 눈>으로 극작가로 데뷔한다. 텔레비전의 등장에 떠밀려 사라져가는 그림연극의 서글픈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이 무대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요시다 히데코가 기노쿠니야 연극 상을 수상한다.

1909년에 제2작으로 이리야 엘렌부르크의 소설을 극화한 <트러스트D.E>를 각색하여, 노래와 악기의 연주장면이 많은, 재미있는 무대를 올린다. 이 무대에서 함께했던 구시다 가즈요시는 1979년에 <상하이 번스킹>을 무대에 올린다.

<트러스트D. E>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의기투합한 젊은 배우들은 노래와 악기연주를 계속 연습하여, 이윽고 <상하이 번스 킹>에서 꽃을 피운다. 이 공연으로 사이토는 1980년 제24회 기시다 희곡상을 수상한다. 이 작품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평론가들의 절찬을 받으며 계속 공연을 이어가, 소극장연극으로는 기록적인 롱런 공연을 한다.

 

 

 

1936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I984년과 1988년에 각각 후카사쿠 긴지와 구시다 가즈요시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 진다. 사이토는 대중음악이나 예능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쓰고 있다. 이들 작품은 서민들의 눈으로 본 다이쇼쇼와(昭和)의 시대사이기도 한 것이다. 그의 대중적인오락에 대한 관심과 시선은 연극에 대한 그의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첫 작품인 <빨간눈>과 함께, 신주쿠의 경연극 극장인 물랑루즈가 삼엄한 검열 속에서 고투하는 모습을 그린 <벌레스크 1931>, 패전 후미군에 접수된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을 극화한 <애니 파일>, 혹은 황혼의 보드빌> 등은 모두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내용이다.

1990년 도쿄예술극장의 창립기념공연으로 올린 <도쿄행진곡>은 작곡가 나카야마 신페이를 중심으로 한 대중가요의 세계를 테마로 하고 있다. 다이쇼쇼와 사에서 점점 고대사와 가부키, 셋쿄부시와 같은 전통예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1990년에는 이치카와 엔노스케 연출의 <슌칸>을 만들기도 하였다.

1997년에 카나리아>로 기쿠다 가즈오 연극상을,

2005년에는 <, 참을 수 없음을>로 기노쿠니야 연극 상,

2006년에 쓰투야 난보쿠 희곡상을 각각 수상한다.

1970년대에는 <잘 가, 여름이여> 도회지의 투쟁의 날들, <이로하의 이> 등 텔레비전 드라마 각본가로 활동한다. 희곡 외에도 사이조 야소의 평전, <쇼와 불량전 시리즈> 등의 에세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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