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기타무라 소오 '에리코를 위하여'

clint 2016. 6. 18. 09:04

 

 

 

고교 연극부원들이 10년만에 다시 모인다. 오랜만에 모인지라 그간의 근황과 옛날 이야기로 반갑기만 하다.
그런데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를 서로 묻다가 누군가가 이들을 여기로 초대 한 것이다.
그 초청자는 10년전 세상을 등지고 자살한 같은 연극부원 에리토의 가족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당시 에리코는 임신중이었고 그 애의 남자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며

십년후 이 연극부원들을 불러서 얘기해달라는 그런 유언을 에리코가 남겼단다..
사건은 갑자기 치정에 얽힌 자살사건 수사라는 서스펜스물로 분위기가 바뀌는데..
다시 이들은 에리코에 얽힌 기억들을 하며 범인이 누군지 고민하는데..
그리고 그 범인은 오빠인듯 밝혀지나..
다시 10년이 흐린 어느날 그들중 한 친구가 암으로 죽어 장례식에 참가하여 그 진실은 밝혀진다.

 

 

 

 

작가의 글

 

저의 희곡이 일본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 되어 출판되는 것은 이 에리코를 위하여가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영어로 번역된 호기우타입니다만, 아메리카에서 비교적 호평이라고 합니다.

에리코를 위하여70년대의 저의 고교시절을 모티브로 하여 쓴 탐정극입니다. 저는 여러 종류의 희곡을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색에 물들어지는 일. 어떠한 경향에 얽매이는 일을 싫어하는 작가이므로 저에게 기대를 갖고 있는 관객을 배신하기라도 하는 듯 성격이 각기 다른 연극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에리코를 위하여는 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줄거리를 갖고 있는 오소독스한 연극입니다. 거기에는 에리코를 대하는 개인의 환상들이 묻혀 져 있습니다. 그때는 일본의 70년대라고 하는 정치적으로도 혼란한 시대였으므로 개개인이 어떠한 환상을 쫓으며 살았던 시대였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 한국의 학생 운동을 TV에서 대하고 있노라면 저는 일본의 70년대가 되살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받습니다. 저 역시 기동대의 방패에 둘러싸여, 헬멧을 쓰고 데모에 참가한 적이 있어서 입니다. 그때는 뜨거운 시대있었죠. 뭔가 강렬한 환상을 안고 살았던 시대였습니다.

20년의 시간을 거리에 두고 에리코를 위하여가 여러분의 가슴에 어떠

한 모습으로 심어질 것인지, 저는 마치 어떤 특권을 손에 넣기라도 한 양 황홀감과 일말의 불안감에까지 사로 잡혀 있습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저에게는 연극이라고 하는 표현의 현장만이 남아있습니다. 연극은 아무래도 싸움 같습니다. 정황과의 맹렬하고도 끊임없는 투쟁입니다. 그리므로 연극은 약한 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연극은 일반 대중으로부터는 특수한 시선으로 보여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민권 같은 것을 얻어낸 지금은 이러한 대중에게 아첨하는 태세조차 갖추고 있는 곳(극단)마저 있는 것입니다. 아니, 그런 일은 그 나름대로 괜찮은 것일 지도 대중과 함께 있는 것은 하등의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의 연극이 세간에서 어떠한 비난을 받아 가든지 간에 저의 스타일의 연극을 이어갈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의 연극을 지지해 주는 관객들을 의지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정된 생을 받아 그 선물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저는 연극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한국어 번역에 대해서는 그저 감사와 분에 넘치는 영광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널리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1991. 5. 27. 기타무라 소우

 

 

 

 

극작가 기타무라 소우 (北村 想)

      

1979년 초연한 <호기우타>로 일본 연극계에 혜성처럼 출현한 기타무라 소우는 주로 나고야에서 활동하며 극단 프로젝트 나비를 이끌고 있다.
1984년에는 <열한 명의 소년>으로 기시다쿠니오 희곡상을, 1990년에는  <눈속을 걸어서, 제2고 달의밝기>로 기노쿠니야 연극상 개인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 중 <호기우타>는 일본 현대연극을 <호기우타>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여전히 불후의 명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영어, 러시아어 등으로도 번역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99년 서울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으로 공연되어 큰 호평을 받게 된다. 이후 기타무라 소오와 한국의 인연은 김동현 연출이 극단 백수광부에서 연이어 상연한 <나사와 시계추>(한국공연명: 고래가 사는 어항),       
< 눈 속을 걸어서>등으로 이어지며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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