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수상작.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식당 ‘돌아온다.’ 액자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나칠 법도 하건만 사람들은 소문에 소문을 듣고 정말 식당으로 몰려온다. 이 식당을 둘러싼 가을 겨울의 이야기가 연극 속에서 펼쳐진다.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김충기. 그들은 날마다 식당에 와 막걸리를 마시고 간다. 그것은 진한 기다림이며 그리움이다. 식당에는 희곡작가인 아가씨 '유진'도 찾아와 머물게 된다. 그 또한 납북자인 아버지가 간첩 누명을 쓰고 고문과 투옥으로 정신을 놓쳐버린 비극적 가정사의 주인공이다. 종교적 구도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을 품고 있는 엄격한 선승이 찾아오면서 우리의 가족,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 주점은 정면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공간을 통해 밖의 풍경이 내다보인다. 바로 문설주 위에 아름다운 서체의 붓글씨로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액자가 서예가의 낙관과 함께 걸려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창 오른편에 주전자와 잔을 놓은 작은 진열장이 있고, 그 옆으로 주점의 출입구가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우리가 늘 상 보던 원통형의 받침과 그 위에 원형의 철판을 깐 술집 탁자가 무대 중앙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네 개가 마련되어 있고, 무대 왼쪽에는 객석 가까이에 카운터로 사용되는 테이블과 의자, 그 뒤 쪽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주점 건물의 외곽으로도 통로가 나 있고, 망자들이 사용을 한다. 창과 주점 여기저기에 막걸리라는 글씨를 써 붙여놓고, 안주꺼리 이름도 적어 붙였다. 주점 왼쪽 처마 끝에 달린 풍경과 맑은 음이 눈길을 끈다.
주점주인은 중년남자이고, 주인도 늘 상 술을 마시며 손님을 접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파지를 모으며 아들을 기다리는 노파가 주점 손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전주 해장국집의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시키고, 인근 사찰에 새로 부임하는 주지승, 이 주점을 구입하려는 복부인과 부동산소개소의 여사무원, 그리고 부근 대학교 교수라는 초로의 시인과 그와 동행을 하는 젊은 교수, 그리고 부근 어린이 학교의 선생노릇을 하는 재일교포 여인, 이 주점에서 일을 하며 글을 쓰는 여류작가, 주점주인의 아들과 결혼상대 여인, 부근 대학의 청년학생, 그리고 망자 부부가 출연해 연극을 펼쳐간다.
주점주인은 자신의 아들을 길러준 아버지가 늙은 후에 치매를 앓자, 자가용에 동승시켜 어디론가 가다가 잠시 차를 멈추고 볼일을 보고 온 사이에 노인이 행방불명이 되고, 그 후 주점주인의 아들이 주점 매매계약문제로 약혼녀와 함께 찾아오지만, 노인을 찾지 못한 사연을 두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를 않고 하대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승려는 어릴 적에 헤어진 어머니를 찾고, 욕쟁이 노파 역시 잃은 아들을 찾으며 평생을 보낸다. 재일교포 여선생은 후에 죽은 아들의 유골을 품에 안고 들어오고, 망자 내외가 서로를 스쳐지나가면서도 알아보지를 못하는 정경이라든가, 후에 욕쟁이 노파의 아들이 승려이고, 주점주인 부자의 갈등이 결국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줌으로써 해결국면을 기대하지만, 결국 이별의 길로 가는 모습, 이러한 각자의 그리움의 상대와 대상이 여류작가에 의해 한 폭의 움직이는 풍경화로 묘사되는 독특하고 서정적인 연극이다.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가족이다. 여타의 이유로 이 기본단위가 해체되고 붕괴되어 여러 문제를 야기 시킨다. 이 문제들이 결코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 것은 지금의 사회문제에서 자명 하게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문제를 고발하는 계몽적인 작품이 아니다. 그저 잊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의 가족,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그저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사고들이 놓치게 만드는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과 본능은 기억하고 있는 이 향수를 건드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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