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대사와 사회문제적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농촌총각과 연변처녀의 만남 프로젝트와 외국인 노동자 가리봉동 탈출기가 만나서 씁쓸한 우리 시대의 이면에 대해 말한다
농촌 총각과 옌볜 처녀의 결혼 상품과 함께 우리 역사 마저 팔아먹는 이 땅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연극은 "고구려영토회복준비위원회"가 고토회복 차원에서 옌볜 처녀와 농촌총각의 결혼 주선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채용과 옥자는 이 상품을 통해 전통혼례를 올리지만 위원회의 끊임없는상술과 홍보 공세로 행사는 엉망이 되고,옥자의 옌볜 친구들은 사기꾼 위원회일당에 의해 팔려가는 신세에 처한다. 게다가 이들의 보금자리였던 가리봉동 외국인 거주지역마저 사기꾼들을 잡으러온 경찰에 의해 쑥대밭이 되면서 "초야"의 설렘은 무참하게 짓밟힌다. 결말은 비극적이지만,그 과정은 희극적으로 묘사된다. "춘궁기""줄리에게 박수를" 등을 집필한 젊은 작가 박수진이 희곡을 썼다.
줄거리
농촌총각+연변처녀 만남프로젝트와 외국인 노동자 가리봉동 탈출기의 조우. 통쾌한 화법으로 씁쓸한 우리 시대의 이면에 대해 역설한다.텔레비전 홈쇼핑에서 일명 '국토회복 결혼 패키지'라는 기절초풍할 상품을 판매한다. 장가 못간 농촌 총각들과 연변 처녀들을 짝지어 주고 전통혼례까지 치러주는 신상품이다. 이 상품은 '고구려영토회복준비위원회' 일명 '고영회'에서 기획한 것으로 회장 ‘이치수’와 쇼호스트는 판매에 열을 올린다. 곧이어 연변에서 공수(')된 연변 아가씨들까지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낸다. 전화가 폭주하는 가운데, 8번 아가씨 선옥자가 단연 인기폭발이다. 장가 못간 늙은 아들을 둔 노모가 이 방송을 보게 되고, 아들 강채용이 8번 아가씨와 만나도록 주선하는 상품을 구입한다. 연변처녀 선옥자는 여주에서 노모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 강채용과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함 받는 날, 옥자의 고향인 연변 도문 월청에서 옥자의 친구들인 일명 '연변 제비들' 세 명이 함꾼들 홀릴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에 입국한다. 사정상 중국 연변으로 갈 수 없는 옥자는 현재 기거하고 있는 가리봉동 쪽방촌을 친정집 삼아 함을 받기로 한다. 연변 제비들은 특유의 춤과 노래, 교태로 함꾼들을 홀려 함을 들이기에 성공한다. 옥자는 쪽방촌에 같이 사는 연변 출신 권씨 아줌마와 쪽방촌 터줏대감 임노인,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고달픈 서울 생활 중에 모처럼 행복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한편 '고영회’ 회장 이치수는 기자들을 모아 놓고 연변 처녀와 남한 농촌 총각을 짝지어 주는 자신의 사업이 통일 이후 현재 중국 영토인 옛 고구려 영토-연변 자치구-를 찾아오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라며 너스레를 떨어댄다. 그리고는 급기야 방송국 기자를 대동하고 채용과 옥자의 혼례식이 치뤄지는 가리봉동 쪽방촌을 찾아간다. 혼례식을 맞은 가리봉동 쪽방촌 한국인들- 구걸로, 앵벌이로 살아가는 실업자 및 소외계층들-과 산업재해로 팔과 다리를 잃고 체류기간마저 끝나버린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회사업단체로 위장한 ‘고영회‘와 방송국에서 실정 파악 및 촬영을 위해 쪽방촌 결혼식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에 부푼다. 그러나 혼례식이 다 끝나지도 않은 채, 고영회 일파들이 등장해 의식을 휘저어 놓는다. 이들은 채용과 옥자 등을 카메라에 멋진 그림을 담기 위한 들러리 신세로 만든다. 채용과 옥자는 꽃길을 밟아 쪽방 안으로 손 흔들며 들어가라는 요구를 받고는 손잡고 쪽방으로 향한다. 급기야'고영회' 직원들은 여흥을 돋군다는 핑계로 자신들이 불러들인 연변 아가씨들의 쇼를 선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장기자랑을 주선하기도 하면서 쪽방촌 사람들의 정신을 홀딱 빼놓는다. 어설프게 모든 행사가 끝나고 쪽방에서 치러지는 채용과 옥자의 초야. 서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옷깃을 풀려는 찰나, 첫날밤의 흥분과 기대는 무참히 짓밟히는데...
작가의 말
죽는 그 날까지 맞이하는 밤은 모두 첫날밤입니다. 내일이라는 시간대 자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시점이니까요.
오늘밤은 그냥 오늘밤으로 남기고 내일 밤은 그냥 내일 밤으로 밀어버리는 불특정다수의 매일 밤들 중에 유독 첫날인 날이, 첫날인 밤이 있습니다. ‘初夜’입니다. 혼례라는 통과의례를 마친 그 밤이 첫날밤이니 그 밤에 다시 태어나고 다음 날 아침부터 새날을 맞이하게 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사악함과 잡스러운 기운 물리치고 쇠털처럼 많고 많은 날들의 정수리에 기준점을 놓는 그 밤. 그 첫날밤이 기대들 되시는지요. 혹은 그 첫날밤이 기억들 나시는지요. 사악하고 잡스러운 모든 것들을 그 밤의 마음으로 이겨내지요. 희망과 절망의 한 가운데서 줄타기하듯 위태롭게 오는 내일도 그 ‘初夜’의 마음으로 설레게 맞이하지요.
작가소개1972년 서울 출생.
극작가 박수진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하고, 삼성문학상을 수상한 <춘궁기>(1998)로 공식 데뷔해 '무서운 신예' 작가로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1999년 극단 미추에 의해 초연된 <춘궁기>는 문예진흥원선정 우수레파토리로 꼽혀 이듬해 재공연되었다. 박수진은 연이어 2000년에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기금 선정작 <용병>을, 2001년과 2002년에는 서울시 무대공연사업에 선정된 <영광의 탈출>, <한여름밤의 꿈>(각색) 등의 화제작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이밖에 박수진은 툇마루무용단에서 올린 서울공연예술제 참가작 <불꽃>(2001)의 무용극 대본과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 장편영화지원 당선작 <양아치어조>(2003)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다방면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그가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줄리에게 박수를>(2004)은 작품의 스타일 변모와 함께 보다 성숙한 세계관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영 '배나무집 딸' (1) | 2016.02.28 |
---|---|
정복근 '짐' (1) | 2016.02.28 |
이미경 '그게 아닌데' (1) | 2016.02.27 |
이강백 '셋' (1) | 2016.02.27 |
안도현 '연어' (1) | 201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