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백 '셋'

clint 2016. 2. 27. 08:32

 

 

지극히 짧은 단편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공은 엄청나다. 파격적 파장, 충격파는 오감을 애무하고 희롱한다.
셋은 3답게 인간 3인이 나온다. 가, 나, 다, .여기서 '가'와 '나'는 시각장애인 즉, 적당히 늙은 장님이고 '다'는 젊은 정상이다.
늙은이들 둘을 아버지라 부르는 젊은이는 자식에 충실 한다. --- 이들의 생계수단은 ''길거리 총살놀이 깜짝 생쇼''다.
아들인 자식이 앉았다 뛰었다 폴짝폴짝 뛰면서 막춤 같은 체조를 하면 앞 못 보는 아버지가 권총으로 아들을 쏴 죽이는
''총살퍼포먼스''를 통해 아들 죽음에 대한 장례비를 구걸해 생계를 꾸려가는 막가는 형편인데 지금까지 7000번이 넘도록 총살을 시도해왔지만 매번 총알이 빗나가 아들은 오늘도 생생히 살아 펄펄 뛰는 것. ''제발, 정통으로 맞아서 죽어라! 그래야 우리가 먹고 산다~''며 아버지와 뜻을 같이하는 아들의 간절한 바람까지 있지만 총알은 악착같이 빗나가 산다. 참, 황당한 설정이라 웃기지만 배우들은 무지 심각하고 진지하다. 심각? 진지? 밑바닥인생, 그 꼬라지들.. 권력의 지배와 피지배! 여기서 사회문화적으로 어이없는 황당 개그와 확연히 구분되는 차원 높은 수준이 있다. 죽어야 산다! 뭐, 미안할 것도 없지만, ‘죽음의 값’에 극히 노골적이다.

 

 


--- 이극은 70년대부터 80년대 초장의 사회적 정서를 반영한다. 극의 내용에선 좀처럼 읽어내기 힘들고 상상이 안 될 터인데, 내겐 5.18광주, 삼청교육대가 연상됨은 왜일까? 말도 안 되는, 웃기고자빠진, 지금 정서로선 감히 이해하기 힘든 폭압적 정치권력의 문화화.. 이데올로기의 오류 역류로 인한 정신병적현상..우린 이걸 잘난 학자들이 ‘시대착오’란 단어로 뭉개는 개 같은 개념이 지배적인데, 이 극은 그런 ‘똥’ 같은 시대현실을 ‘개’같은 은유로 짖어댄다.

 

 

 

이강백이 본격적으로 문학을 시작할 무렵의 시대적 상황은 정치적으로 유신기 였다. 1970년대 군사정부의 독재적 사회 상황하에서 받는 민중의 억압을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성과를 거둔 작가로 평가된다. 이강백은 검열을 피해 우화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당시의 체제를 비판하였다. 우화적 기법의 작품은 갈등의 축은 비록 약하지만 내면에 숨은 뜻을 파악하면서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황의 긴박감을 맛 볼 수가 있다. 검열이 행해지던 그 시대에 극작가 이강백이 원고지와 무대를 통해 풀어내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의미 깊은 몸부림이었다. 그는 외면적인 제도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 보편성의 문제로까지 작품 세계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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