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막스 프리쉬, '돈 주앙 혹은 기하학에 대한 사랑'

clint 2015. 11. 29. 19:53

 

 

 

 

 

 

 

Don Juan의 전형을 당시는 거의 모르고 있을 때였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Don Juan이란 캐릭터는 매력이 있는데, 이 희곡에서 완전히 해체되어 버렸다고 해도 역시 그는 멋지다. 이 희곡에 등장한 Don Juan이 매우 맘에 들어서 Don Juan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읽었을때, 까무라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지 않을 수 없는.... 단순 반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상에나. 전설적인 인물 Don Juan 자체가 반전? 아니 해체되고 있다. 물론 유머와 위트가 넘치면서. 인간이 되어버린 Don Juan. 중세를 거쳐 16세기 17세기. 충분히 교회가 신뢰를 잃었고 신에 대한 믿음과 신앙심마저 매우 추락해 버린 시대에 꼭 필요한 성담. 지옥이 존재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신앙심을 견고히 하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존재할만하다. 그래서 탄생한 Don Juan. 하지만 시대는 경각심에 신앙심을 되찾을 수 없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겁을 줘서 따르게 하는 방법. 사탕으로 유혹하는 방법. 과거 교회에서는, 그리고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로 겁을 줘서 인간을 유혹해 왔다. 그래서 탄생한 지옥, 악마들.... 남의 땅을 강탈하던 시대에 제일먼저 선교사를 앞세웠던 것도,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인간은 사는 것이 각박해 질수록 용감해지는 모양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지옥들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옥에 대한 겁은 상실하게 마련이다. 눈앞의 지옥을 외면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사탕의 등장. 사탕은 정말 달콤하다. 어라.. 점점 삼천포간다... 중지. 여하간 Don Juan은 그가 가진 매력 사탕으로 인간을 유혹한다. 또한 그가 가진 매력을 더 한층 눈부시게 만들어주는 것은 지옥의 불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에게 반한 작가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막스 프리쉬의 희곡에서 돈 주앙은 그가 짊어진 그 모든 무게를 벗고 인간. 개인이 된다. 성담으로서의 기능, 역할을.....막스 프리쉬는 대단한 전략, 전술가이다.

반전을 가진 희곡이므로 여기까지.

 

 

 

 

이 작품은 1953년 5월 5일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나중에 작가는 제 3막 후에 이어지는 막간극 그리고 가브리엘 텔레즈(1571 - 1648)의 “돈환” 공연에 대한 논평 등을 삭제한다. 기이한 패러디를 동원하여 프리쉬는 다음의 사항을 은근히 드러낸다. 즉 돈환은 여성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남자가 아니다.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힌 채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우울한 사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프리쉬의 돈환에게는 성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치되는 정신을 드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돈환은 “남성적 기하학”을 사랑한다. 돈환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멋쟁이도 아니며, 근육질의 헤라클레스도 아니다. 그는 한 명의 지식인일 뿐이다. 그는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여성이라는 존재는 주인공에게 삶의 경미한 부분으로 간주될 뿐이다. 그렇지만 돈환은 여성을 경멸하는 태도로 인하여 자신의 전체적 삶을 망치게 된다.  돈환은 수학자이자 장교다. 그는 지금까지 여성으로부터 얻은 게 별로 없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도나 안나와 결혼시키려한다. 그녀는 기사 수도회장 돈 곤찰레스 그리고 도나 엘비라의 딸이다.

 

 

 

 막이 오르면, 결혼식 전야제가 거행되고 있다. 전야제는 가면무도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돈환은 질서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는 분위기를 몹시 싫어한다. 그는 친구 로드리고에게 식장을 떠나게 해달라고 애원하나 로드리고는 이를 거절한다. 결국 주인공은 혼자 탈출하여, 그날 밤에 공원을 헤매다가 어느 묘령의 여자를 사귀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그 다음날 결혼식은 디에고 신부의 주례로 거행된다. 신랑과 신부는 식장에서 상대방에 대해 커다란 놀라움을 표시한다. 돈환과 도나 안나는 전날 밤 공원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당사자들이었기 때문. 돈나 안나는 이를 매우 뜻 깊게 생각하지만, 돈환은 지킬 수 없는 결혼 서약을 거부하려 한다. 왜냐하면 순간적 사랑은 용납될 수 있으나, 지속적 사랑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도 혼례는 성사된다. 그날 밤 돈환은 신부를 피해 어디론가 도주한다. 한 여자에게 매여 살아간다는 것은 돈환에게 고통이기에. 주인공은 친구 로드리고의 신부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가 도망친 곳은 다름 아니라 곤찰레스와 엘비라의 방이었다. 말하자면 돈환은 자신의 욕정을 달래기 위해 친구의 여자를 유혹한 게 아니라, 자신의 신부에게 여성은 얼마든지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돈환은 친구 로드리고와 결혼하기로 되어있는 신부의 얼굴을 드디어 바라본다. 그런데 그미는 놀랍게도 도나 안나가 아닌가요? 돈환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릅니다. 이때 그녀는 욕정에 사로잡힌 암코양이처럼 그의 옷을 벗기려고 한다. 이때 돈환은 정색하며, 그녀의 손을 밀쳐버리면서 도나 안나에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사실인즉 친구 로드리고의 여자를 유혹하려고 한 게 아니란 점, 여성에 대한 돈환의 사랑은 순간적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었다. 이때 도나 안나는 깔깔거리고 웃고는 나직한 소리로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도나 안나가 아니며, 창녀 미란다라는 것. 돈환은 몹시 놀라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은 창녀 미란다를 도나 안나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돈나 안나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연못에 빠져 죽는다...... (후략)

 

 

 

작가 프리쉬는 주인공 돈환이라는 인물을 색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탐탁치 않는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떠맡아야 하는 인간형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주어진 여건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지성이라는 마스크에 뒤덮인 채 살아가는 자이다. 이로 인하여 돈환은 여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상실하고, 대신에 기하학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말하자면 프리쉬는 돈환의 소재를 자신의 고유한 문학적 주제인 “동일성 그리고 역할”에 관한 문제로 변화시켰다. 이 점으로 미루어볼 때 프리쉬는 진정한 돈환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돈환의 역할로 뛰어든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