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입체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매우 강렬하고 원색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얼굴 역시 사각형이나 정육면체(Cube) 형태로 기하학적인 분장을 하고 있다.
무대는 크림슨(진홍색), 퍼플(자주색), 그린(초록색) 등 보색과 원색이 충돌하는
시각적 배경을 활용하여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등장인물은 단 두 명으로, 이름 없이 그저 '그(HE)'와 '그녀(SHE)'로만 정의된다.
인물들은 온전한 문장으로 대화하지 않고, 단 하나의 단어나
파편화된 짧은 구절만을 주고 받는다.
아주 짧은 분량 안에서 두 인물은 유혹, 절망, 분노, 공포, 극적인 순간, 열정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빠른 속도로 소화해 낸다.
두 남녀는 파편화된 단어들을 통해 알 수 없는 관계의 갈등,
비밀 편지, 반지, 복수 등을 암시하며 격렬한 말다툼을 벌인다.
극의 최고조(Climax)에 이르러 '그녀'가 '그'를 제압하기 위해 강렬한 원색의
이름들("Violet! Purple! Orange, yellow! MAGENTA!")을 무기처럼 외친다.
시각적· 청각적 색채의 폭력에 압도당한 '그'는 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결국 두 인물은 무대 뒤 커튼 속으로 사라지며 극이 끝난다.

앨리스 거스텐버그의 <드라마 리브르의 일루미나티(The Illuminati in Drama Libre>는
1919년에 쓰이고 1921년 단막극집에 수록되어 발표된 아방가르드 및 실험적 성격의
단막 극본이다. 당대 유행하던 입체주의(Cubism)와 미래주의(Futurism) 미술 사조를
연극 무대에 발 빠르게 접목한 시각적· 언어적 풍자극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유럽과 미국 예술계를 뒤흔들었던 현대 미술(입체파)의 시각적 문법을
연극의 텍스트와 연출 안으로 가져온 대담한 시도였다.
작가 앨리스 거스텐버그는 상업 연극의 틀을 깨는 미국 소극장 운동의 선구자였으며,
이 작품은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무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연이다.

앨리스 거스텐버그(Alice Gerstenberg)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12년 소설 ‘꺼지지 않는 불’을 출판한 이후로
1919년에 걸쳐 많은 단막극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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