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남편이 회사에서 심각한 업무 과부하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아예 자신의 사무실 파티션과 집기 전체를 집 거실로 통째로 들고 들어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아내는 이 모습을 보고 남편이 해고당한 것이 아닌지 크게
당황하고 걱정한다. 남편은 해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한다.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을 모두 자르는 바람에, 남편 홀로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 업무를 떠맡게 된 것이다. 그는 승진이나 임금 인상도 없이
혼자서 회계, 안내, IT 지원, 고객 서비스, 인사, 심지어 CEO의 반려견을 하루에 4번
산책시키는 일까지 도맡아 하며 일에 파묻혀가고 있었다.

한편, 이 부부의 왜곡된 관계도 드러난다. 아내는 진짜 아기 대신 인형을 진짜 아기처럼
대하며 애정을 쏟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성을 잃어가던 남편은 거실에 인형이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하여 아내에게 인형을 없애라고 소리치며 갈등이 극에 달한다.
결국 두 사람의 대화와 상황은 점점 더 비이성적이고 광기 어린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아내는 남편이 일에만 중독되어 자신을 방치하는 동안 겪은 극심한 외로움을 이 인형을
통해 위로받고 있었기에, 인형을 절대 버릴 수 없다며 울부짖는다. 결국 아내는 인형을
버리는 척하다가 자신의 옷 속에 숨겨 임산부처럼 배를 부풀린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부부의 집에 회사의 메신저가 등장한다. 회사의 절대적인
통제메신저는 남편에게 회사의 새로운 지시 사항과 추가 업무가 담긴 엄청난 양의
서류뭉치를 전달한다. 남편은 이미 한계허 더 이상은 일할 수 없다고 거부하지만,
메신저는 냉혹하고 기계적인 태도로 회사의 명령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이 메신저는
자본주의 사회와 거대 기업이 개인을 쥐고 흔드는 절대적인 권력과 통제를 상징한다.
결국 남편은 저항을 포기하고 완전히 굴복한다. 그는 거실 한복판에 설치된 자신의
사무실 파티션 안으로 들어가 다시 기계처럼 미친 듯이 타자 치고 서류를 처리한다.
아내 역시 임산부처럼 부푼 배를 한 채 그 곁에서 기괴하고 무력하게 머물 뿐이다.
극은 남편이 집안의 사무실 구역에 완전히 갇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영원히 노동을
반복하는 로봇처럼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주며 암울하게 끝을 맺는다.

미국의 극작가 월터 와이크스(Walter Wykes)가 쓴 단막극 <더 워커(The Worker)>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성을 다룬 블랙코미디
형식의 부조리극이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극단적인 스트레스와 단절된
부부 관계를 초현실적이고 악몽 같은 분위기로 그려낸다.

인력 감축 속에서 한 명의 노동자에게 무한한 책임을 지우는 기업의 착취와
자본주의적 구조를 극단적인 과장법으로 풍자한다. 사무실을 집으로 가져옴으로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인간이 어떻게 미쳐가고, 주변인과의 소통 능력을
상실하는지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악몽 같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거실 한복판의 사무실 파티션, 진짜 아기처럼 키우는 인형 등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오브제를 활용하여 인물들의 내면적 불안과 결핍을 시각화하며 부조리한 세상을
꼬집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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