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너는 혼기를 훌쩍 넘겨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노처녀' 취급의 독신 여성이다.
밸런타인데이 아침, 그녀는 평소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소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남성, 리처드 모리슨으로부터 온 카드를 받게 된다. 엘리너는
카드를 보며 그의 감정이 얼마나 진심인지, 그리고 냉소적이었던 자신의 마음이 이걸로
흔들릴 수 있을지 혼자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때 엘리너의 집에 놀러와 있던 젊고 활달한
조카 레티가 끊임없이 방 안에 드나들며 이모의 사색을 방해한다. 레티는 아무 생각 없이
"이모, 사과 더 먹어도 돼?" 같은 엉뚱한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이 방금 읽은 영국 귀족
사회 배경의 통속 로맨스소설 줄거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로맨스에 회의적인
엘리너는 조카의 이런 감수성을 귀엽게 넘기려 한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레티는
수줍게 폭탄 발언을 던진다. 사실 자신도 오늘 리처드 모리슨에게 밸런타인 카드를
받을 예정이며, 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레티는 최근 리처드가 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초인종이 울려 대화가 끊기자 "이 집
초인종은 내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방해한다"라며 투덜댔던 일화를 꺼낸다.
당시 이모는 리처드에게 "맨날 똑같은 중요한 말을 하니까 그렇죠"라며 쏘아붙였었는데,
레티는 리처드가 하려던 그 '중요한 말'이 이모가 아닌 자신을 향한 고백이었다고 철저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엘리너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
'리처드가 나한테 카드를 보내놓고, 조카인 레티에게도 장난치듯 코믹 카드를 보낸 걸까?'
'아니면 내가 착각한 것이고, 리처드는 정말로 젊고 참신한 레티에게 반해버린 걸까?'
엘리너는 리처드가 세련된 자신을 두고 정말 코코넛 케이크나 좋아하는 철부지 조카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인지 온갖 복잡한 생각에 휩싸이며 망상을 펼친다.
하나의 고백 카드를 두고 이모와 조카의 해석이 완전히 엇갈리며 극의 코믹한 긴장감은
정점에 달한다. 리처드 모리슨이라는 인물을 무대에 직접 등장시키지 않은 채,
오직 두 여성의 대화 속 오해와 감정의 핑퐁을 통해 흘러가다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발렌타인 데이>(St. Valentine's Day)는 미국의 작가 애니 엘리엇(Annie Eliot)이
1892년에 발표한 여성 캐릭터 중심의 단막 희극이다.
밸런타인데이라는 특별한 날을 배경으로 오해와 엇갈린 약혼,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마주했던 낭만적 관습을 위트 있게 다룬 작품이다.

19세기 말 작품임에도 오직 여성 캐릭터들의 대화와 심리 묘사만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당시 사회가 요구하던 남녀 간의 낭만적 관습이나 연애관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주인공의 주체적인 고민과 재치 있는 시선을 통해 풍자한다.
즉 엘리너는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질투와 황당함을 오가지만, 결국 당시 사회에
'낭만적 사랑의 환상'과 '남성의 고백에 목매는 여성들의 모습'이 얼마나 부질없고
우스꽝스러운지 위트 있게 깨닫게 된다. 19세기 말 유행하던 통속적인 연애관습을 특히
냉소적인 이모 vs 환상에 가득 찬 조카의 대조적인 태도를 통해 유쾌하게 풍자하는 것이다.

애니 엘리엇 트럼블(Annie Eliot Trumbull, 1857년 3월 2일 - 1949년 12월 22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태어난 소설가, 시인, 극작가다.
그녀의 삶은 하트퍼드의 문학 황금시대와 연결되어 있다.
어린 나이에 그녀는 Scribner's, the Atlantic, the Outlook, New England Magazine,
Lippincott's와 같은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많은 단편 소설을 썼다. 동시대 사람들은
그녀를 하트퍼드의 미인으로 기억했다. 또 그녀는 앞마당에 있는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며
양궁 패션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첫 번째 출판된 이야기는 1881년 Harper's
Bazaar에 게재되었다. 그녀는 또한 Mark Twain과 Charles Dudley Warner와 친밀했다.
애니 엘리엇은 하트퍼드 공립 도서관의 관장으로 재직한 지 21년 만인 1946년에 사임,
그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또한 마크 트웨인 도서관 및 기념 위원회의
직위도 사임했다. 그녀는 또한 타운 앤 카운티 클럽의 초대 회장이었으며
한때 하트퍼드 여성 공화당 클럽의 회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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