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여성이 극을 이끌어간다.
진지한 젊은 아내는 변호사인 남편이 유명 여배우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여
여배우를 찾아간다. 유명 여배우는 아름답고 똑똑하며, 말솜씨가 뛰어난 스타이다.
젊은 아내는 눈물로 항의한다. 남편의 책상에서 여배우에게 보내려 한 편지, 여배우에게
보낸 꽃배달 영수증, 심지어 여배우의 머리카락까지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민다.
여배우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남편분은 매우
영리한 변호사"라며, 아내의 식어버린 사랑과 질투심을 유발해 다시 관심을 얻으려고
일부러 바람피우는 척 연기한 것이라 주장한다. 책상 위의 편지도 일부러 흘려둔 것이고,
꽃도 아내가 보라고 전화로 주문했다가 바로 취소했을 것이라며 교묘하게 아내 심리를
흔든다. 여배우의 완벽하고 그럴듯한 논리에 설득당한 젊은 아내는 자신의 오해를
부끄러워하며, 남편의 깊은(?) 사랑에 감동한 채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아내가 방을 나가자마자, 여배우는 커튼 뒤를 향해
소리친다. 그곳에서 숨어 있던 젊은 아내의 남편이 실제로 걸어 나온다.
여배우가 늘어놓았던 똑똑한 변명은 사실 진짜 불륜을 숨기기 위해 즉석에서 지어낸
완벽한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지며 끝난다.

헝가리의 극작가 페렌츠 몰나르(Ferenc Molnár)의 <남편들의 문제>(A MATTER OF
HUSBANDS)는 오해와 기만, 그리고 위트를 담은 짧은 단막이다.
인간의 심리와 속임수를 날카롭게 풍자한 코미디로, 관객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한다.
1923년 피에르 로빙이 편집한 단막극 모음집에 번역본이 수록되면서 미국 연극계에 널리
소개되었다. 화려한 장치 없이 '여배우의 방'을 재현한 간단한 세트와 커튼(혹은 문)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올릴 수 있다.
순진하고 멍청해 보일 정도로 속아 넘어가는 아내 역과, 사악하면서도 관객을 압도하는
말솜씨를 뽐내는 여배우 역할 모두 배우들에게 뛰어난 '연기 역량'을 요구한다.

눈앞에 보이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실제 진실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풍자한다.
관객은 마지막 순간에 여배우와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진짜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극 중 아내만 영원히 진실을 모른 채 속아 넘어간다.
여배우가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 삶에서도 타인을 완벽하게 속이는
'연기'를 수행하며 인간관계의 기만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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